▲삼성중공업 사무직 직원이 6월 1일 김경습 삼성중공업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의 '김경습밴드'에 사과하는 글을 올렸다.
윤성효
"한때는 회사를 위한답시고 회사를 대표하여 김경습 위원장님을 괴롭히고 몹쓸 짓을 했던 한 사람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처절하고 외로운 투쟁을 하셨는지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인사팀에 근무했던 사무직 A씨가 김경습 삼성중공업일반노동조합 위원장한테 사과하며 쓴 글이다. A씨는 6월 1일 인터넷 '김경습밴드'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김 위원장을 괴롭혔던 사실을 인정하면서 사과했다.
김경습 위원장은 2012년 9월 해고된 뒤 끊임없이 '복직 투쟁'을 벌여왔다. 김 위원장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앞에서 1인시위를 비롯해 다양한 투쟁을 벌였고, 회사는 김 위원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김 위원장은 삼성중공업 최고경영자로부터 올해 1월 9일 "해고를 잘못했다"는 사과와 함께, 3년치 수준의 임금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사직서'를 써 퇴사처리가 되었다.
김경습 위원장은 이후에도 거제지역 노동자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그러다가 최근 삼성중공업 사무직 40여 명이 거제조선소 밖에 있는 삼성장학회관에 모여 역량향상교육을 2개월 동안 받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 위원장은 5월 31일 교육 현장을 방문했고, 1일부터 삼성장학회관 앞에서 '중단'을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2개월 교육은 이들을 정리해고 시키기 위한 전 단계 과정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사무직 노동자들도 같은 노동자이고, 이들도 가정이 있으며 생존권을 가지고 있다. 생존권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교육현장 상황을 파악하면서 몇몇 사무직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이 투쟁을 시작한 당일 밴드에 글이 올라 온 것이다. '김경습밴드'에는 회원이 500여 명이다.
A씨는 글에서 "어제(5월 31일) 갑작스럽게 역량향상 교육장에 나타나셔서 위로의 말씀과 함께 격려도 해주시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입장이 완전히 바뀐 상황에서 보니 이것이 사는 인생인가 하는 착잡한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그는 "직접 김 위원장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어떻게 사죄를 해야 좋을지 눈앞이 깜깜했다. 제가 했던 일들이 전부 다 잘못되었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며 "왜 그렇게 처절하고 외로운 투쟁을 하셨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