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민
여씨 이야기가 다수 성주 노인층의 정서를 대변한다고 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테다. 하지만 노인층 중에서도 '이젠 당만으론 안 된다'고 말하는 주민을 만날 수 있다. 70살 여씨를 만나고 돌아서 불과 30m 떨어진 상가 앞에서 만난 79살 여씨(남)는 "정당을 찾으면 안 돼!"라고 소리를 꽥 질렀다. 79살 여씨는 그런데 왜 여태 한국당만 뽑혔냐는 물음에 "과거하고 지금은 다르지, 세월이 자꾸 바뀌니까"라며 "나쁜 건 바꿔야지, 옛날 것만 생각하면 안 되잖아. 대통령도 바뀌었으니께. 통일 할라고 하고 있잖아"라고 답했다.
성주전통시장에서 만난 60대 여성 배씨도 마찬가지다. 배씨는 "정치를 잘 모른다"면서도 "성주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지, 어느 당에 얽매이고 이런 건 안 된다"고 말했다.
배씨는 "나도 이해는 잘 안됩니더. 대구경북은 희한하게 그런(한국당 지지) 게 있더라구예. (민주당이) 나오긴 나왔는데, 어떤 분이 나왔는지 확실히 몰라요"라며 "글쎄, 사드 때문에 조금 달라졌는지, 지난 정부에서 사드 가져다 놨으니까 그런데서 안 달라졌겠습니까?"라고 무조건적인 한국당 지지 분위기를 회의적으로 살폈다.
86%에 달하던 한국당을 향한 무조건 지지세가 한풀 꺾여버렸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감지된다. 지역구 이완영 국회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 상실형을 1심 재판에서 받은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미영씨는 과거와 달라진 이완영 의원의 위상을 "숨어다닌다"는 말로 설명했다. 배씨는 "지금도 이완영 의원이 (성주에) 오고 있어요. 다만 그전하고 다른 건, 숨어다닌다는 거죠. 대놓고 못 다녀요. 시장에서도 사람 많을 땐 안 다니고, 사람 없을 때 다닌다고 해요. 자기네들끼리, 노인회 행사라든지 이런 곳에 가지 젊은 사람들 있는 행사에는 출현을 안 하세요"라고 말했다.
배씨는 자신의 경험을 근거삼아 조급해하지 않는다. 변화는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배씨를 포함해 주민 270여 명이 모여 주민운동단체 '별동네공동체'를 창립했다. 그동안 성주에서 볼 수 없었던 주민들의 자발적인 공동체 조직이다. 다가오는 선거에는 사드 반대 싸움에 나섰던 주민들이 직접 군수와 군의원 후보로 나서기까지 했다. 첫술에 배가 부르진 않겠지만, 사드 반대 싸움으로 심어진 변화의 씨앗이 움트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저희가 맨날 하는 구호가 있잖아요. 성주가 바뀌면 경북이 바뀌고, 경북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구호를 많이 하거든요. 크게 한꺼번에 바꾸려고 하지 말고, 나부터 한 사람씩 설득하고, 나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로 진보정당이나 진보에 대한 인식이나 고정관념을 깨보자. 원래 저도 보수였잖아요. 이렇게 바뀌긴 했지만, 제가 겪어 보니까 그렇게 바뀌기 쉽지 않아요." 배 씨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