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여성-인천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파트너로 새로운 길 열어김안(베트남), 카이사라드(캄보디아), 김진주(베트남) 사장과 조세은 인천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김영의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결혼이주여성이 만든 쌀국수 브런치카페 'IT-DA'(잇다)의 시작이다. 한국에서 새로운 것을 배워 창업하기 보다는 익숙하지만 한국인에게는 새로운 요리로 틈새 시장을 뚫어보자고 생각했다. 요리를 잘하거나 관심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뭉쳤다. 재미있게, 즐겁게 할 수 있어야 경쟁력도 생긴다고 판단했다.
"다른 일을 하는 것 보다 수익이 적을 수도 있고, 장사가 안 되면 닫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 했죠. 하지만 '같이 해보자'고 맘을 모아줬어요. 그게 첫 걸음이 됐죠."인천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조세은, 아래 인천남구다가)와 센터를 이용하던 베트남-캄보디아 결혼이민여성 김안, 카이사라드, 김진주 사장은 '요리'와 '창업'을 매개로 파트너가 됐다. 지난달 23일 '잇다'에서 이들을 만났다.
조세은 센터장은 "센터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같이 하고 있지만 가게를 운영하는 건 세분 사장님들이다. 재료구입부터 요리, 회계 등 모든 것을 맡아 하고 있다"며 "서로의 성장을 돕는 동등한 파트너 관계"라고 설명했다.
막막했던 창업 "함께여서 가능했죠"창업은 순탄치 않았다. '베트남-캄보디아 요리로 창업하자'고 뜻을 모았지만 레시피부터 가게 오픈, 운영 등 모든 것이 낯설고 막막했다.
비슷한 업종의 음식점을 벤치마킹하고 늦은 밤까지 레피시를 만들기 위해 매달렸다. 서로 만든 음식을 먹어보며 메뉴를 정하고, 쌀국수 브런치카페 'IT-DA'만의 레시피를 완성해 갔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쓰기 위해 가게 근처 전통시장인 학익시장을 이용하며 지역과 자연스럽게 상생의 관계가 만들어졌다.
"시범 운영을 통해 가게 주변 분들에게 맛을 평가받고 가격을 정했어요.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적정 노동시간도 정했죠. 장사가 잘되면 자칫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늦게까지 문을 열게 되잖아요. 가정이 밀려나지 않게 서로 협의하는 과정을 계속 가졌습니다."
쌀국수 브런치카페 'IT-DA'가 오후 4시까지만 운영을 하는 이유다.
예산 없이 시작 "공동체 파트너십이 힘"다른 사업과 달리 예산 없이 시작하다 보니 곧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메뉴, 가격, 운영 등 다른 것은 다 정해졌는데 정작 가게를 얻을 돈이 없었다.
"지금 가게 건물주인 독지가를 찾아가 부탁드렸더니 다행히 '해보라'고 내주셨어요. 보증금 없이, 월세도 시세의 1/8에 얻어 오픈할 수 있었죠."창고로 쓰던 공간이라 리모델링 및 물품 구입 등을 위해 김안, 카이사라드, 김진주 사장은 각각 150만 원씩 투자해 공동 창업했다. 매장의 부족한 일손을 보태는 일부터 인테리어, 영업 등 모든 과정에 인천남구다가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함께했다.
"2014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약 5년 간 운영돼 오는 데는 서로가 있어 가능했어요. 다행히 지난해부터 입소문을 얻으며 포털 블로그에서 맛집으로 소개되는 등 이젠 자리를 잡았지요. 그전까지는 정말 힘들었어요."외부지원 없이 결혼이민자들과 센터의 힘만으로 창업하며, 긴 시간이 걸렸지만 진정한 자립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쌀국수 브런치카페 'IT-DA'의 상징성은 더욱 크다.
줄서야 먹는 '학익동 쌀국수'로 소문쌀국수 브런치카페 'IT-DA'는 지난 2015년 가게를 오픈해 현재 갈비비빔면, 짜조, 파인애플볶음밥, 갈비덮밥, 소고기쌀국수, 반미, 반뗏, 썬다이사오, 핀커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첫해의 목표가 '버티자'였어요. 지원 없이 시작한 사업이라 갖춰진 것도 별로 없었죠. 벌어서 온수기 사고 냉장고 사고 냉방기도 사면서 살림을 늘려갔어요."'차라리 다른 일을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주위의 말에도 힘든 시간을 함께 버텨온 서로가 있기에 김안, 카이사라드, 김진주 사장과 인천남구다가의 희망은 꺾이지 않았다. '좀 더 해보자'고 서로를 다독였다.
지난해부터 쌀국수 브런치카페 'IT-DA'의 음식이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찾는 이들도 늘었다. 이제는 점심시간이 되면 자리가 없어 기다리는 손님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학익동 쌀국수'로 인식되면서 손님이 늘었어요. 지난해부터 월 평균 80만 원의 수익을 나눠 갖고 있죠. 아마 올해는 좀 더 수익이 늘지 않을까요?"가게를 오픈한 2015년 1인 연 소득이 180만 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장기적으로는 쌀국수 브런치카페 'IT-DA'가 센터로부터 독립해 자생하고 사업장을 확대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창업을 진행하면서 함께 다양한 장애물을 넘고, 창업 이후에도 다양한 대내외적 요소에 대응하는 대처기술을 익혀나가도록 지원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모두가 성장한 것 같아요. 지역공동체 파트너로서 서로를 지지하며 함께 성장했고, 앞으로도 우린 계속 성장할 거라 믿어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공유하기
"'버티자'며 시작한 쌀국수 브런치 카페, '맛집' 됐어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