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의 모습.
이희훈
그러나 지난 4일 검찰이 신 회장의 항소심에 제출한 판결문에 따르면, 앞서 법원은 공무원의 협박을 받은 업자가 돈을 건넨 것도 뇌물로 봤다.
지난 2010년 10월. 전라남도 영암군청에서 자동차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 조아무개씨는 화물운송회사를 운영하는 이아무개씨의 불법 폐차 사실을 눈치챘다. 조씨는 이씨에게 "고발하지 않겠으니 돈을 달라. 안그러면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했다. 이씨는 부담을 느꼈고, 결국 자신의 사무실에서 3천만 원을 건넸다.
조씨는 2011년 4월, 또다시 자신의 빚을 갚아야 하니 이씨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해 현금 2천만원을 추가로 받아냈다. 검찰은 조씨를 뇌물수수로 재판에 넘긴 동시에 이씨 또한 뇌물공여죄로 기소했다. 이씨는 조씨가 공갈해 돈을 건넸기 때문에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씨의 뇌물죄를 유죄로 봤다. 공갈 당한 피해자도 뇌물을 건넨 공범으로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20일 신 회장의 보석 심리에서 "강요 피해자라는 점이 부정한 청탁(제3자 뇌물죄 요건)을 인정하지 않는 사유가 될 수 없다"며 "(공무원 조아무개씨) 이 판결에 따르면 공갈 피해자도 뇌물공여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농단 재판부는 기업의 '피해자' 논리를 받아들였을까. 이재용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요구형 뇌물사건'으로 규정하며 "정치권력의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응하게 된 뇌물공여 방법 등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속상태였던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석방해줬다.
그러나 신 회장의 1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박 전 대통령을 함께 심리했던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대통령의 요구만으로 뇌물을 건넨 신 회장을 선처한다면 기업들은 실력을 갖추려는 노력보다 직접적 효과가 있는 뇌물의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엄히 처벌해야 한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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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억지로 건네면 피해자? 신동빈이 봐야 할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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