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입국한 예멘인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지난 18일 한국 생활과 법에 대해 교육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적절하다고 보시나?"미국에서 9.11 테러 났을 때 정부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무사증(비자 없이)으로 입국 가능했던 국가들과의 비자면제협정을 깨버렸다. 정부의 그런 행위 자체가 그 나라의 이슬람 국가 출신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상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고, '무슬림 혐오'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예멘에 대해서도 그렇게 했다는 것 (6월 1일부터 예멘을 제주도 무사증 입국 불허 국가로 지정)은 예멘을 받아들이면 안 되는 나라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종주의적으로 제도화된 정부의 태도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됨으로써 백인의 인종차별적 행위가 곳곳에서 증가하고, 그가 행하는 국경 지역 정책이 많은 사람을 고통에 빠트리고 있다. 결국 국가가 어떠한 태도를 가지느냐에 따라 난민이나 이주민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인식은 전환될 수도 있고 악화될 수도 있다. 제주에서의 무사증 입국 불허는 '우리에게 혐오할 권리'가 있음을 확증시켜주는 것이 되어 악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지금까지 이주민을 대하는 정부의 제도는 인종주의적인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항상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더 유리한가, 더 손쉽게 통제할 수 있나 이런 관점으로만 정책을 펼쳐왔다.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면서 전쟁하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을 피해온 난민들에게 어떻게 이러한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싶다."
- 정부가 난민들에 대한 '혐오 표현'이 난립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건가?"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난민은 당연히, 확실하게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정책을 펼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자신의 혐오와 인종차별적 태도를 정당화할 가능성이 크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정책 아니라, 확실한 난민 인정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정부도 그들이 이 땅에서 어떻게 편안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 정부가 딱히 혐오표현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상황에서, '예멘 난민은 남자들밖에 없다'식의 가짜뉴스를 통해 난민 배제 분위기가 더 커지고 있다."미디어나 SNS를 통해 예멘 난민들이 우리를 강간할지도 모른다는 프레임이 조성되고 있다. 무슬림 남성에 대해서 서구가 퍼트린 여성억압적 이미지만이 마치 현실이고 실재하는 공포인 양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난민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까 남자들이 많은 것을 보고 '너 혼자 살려고 도망 왔지' 이러는 거다. 가족이 온 케이스도 있고, 어떻게라도 정착해야만 가족을 불러올 수 있는 사람도 있다. 모험을 감수하고 앞장설 때는 남성이 먼저 움직이고 이후 가족 초청하는 방식이 많다. 제가 2000년대 초창기에 콩고 난민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홀로 왔어도 여기서 가족을 만날 수 있는 루트를 찾고 연락이 되면 가족을 불렀다."
-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난민 혐오를 한다"고 비판하는 글을 썼다. 계기가 있나?"저는 차별금지법 연대를 통해서 소수자로 명명되고 범주화되고 있는 영역별 사람들끼리 연대하고 있다. 각자가 각자의 입장에서만 차별 시정을 요구하다 보면 또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들을 차별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일각에서 '트랜스젠더는 여성이 아니다' '생물학적 순수 여성만 집회에 나오라' 벽을 치면서 트랜스젠더를 혐오한 것이 난민 혐오로 넘어온 것이라고 본다. 소수자들은 이와 중에 계속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된 것이다.
한 사람의 글을 계속 보고 있는데, 이 사람은 (예멘 난민 문제를) '아버지가 딸 허락 없이 노숙인을 불쌍하다고 들여온 상황이다'라고 주장하더라. 그런데 이것은 또 노숙인 비하를 재생산하는 것이다. 현실의 강간과 무차별적인 살인, 여성혐오 등에 대해 여성들은 두려움이 있다. 그러나 그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또 다른 대상들을 끊임없이 차별하고 혐오하는 방식으로 싸움을 이어가는 게 정당할까? 차별금지법 제정 연대를 같이 하는 시민사회 입장에선 그 방식으로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예멘 사람은 외국인이라고 쫓아낼 수 있다고 하지만, 같이 살고 있는 한국 남성들은 쫓아낼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조금 더 성평등한 사회, 소수자 차별받지 않는 사회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고쳐야 하는가 되돌아봐야 한다. 그런데 고쳐야 하는 대상은 옆에 있는 타자가 아니라 제도다. 개인은 정책 등의 제도를 통해 변화한다. 성폭력특별법 만들어졌을 때 무슨 효용 있냐고 했지만 그 법이 있기 때문에 성추행 등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었고, 싸울 수 있는 도구가 됐다. 정책을 변화시키고 국가의 태도를 변화시킬 때 소수자를 향한 적대와 혐오가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