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행사에 '국정교과서' 집필 교수가 주제 발표?

국회에서 열린 '정율성 선생 강연회'에 '국정교과서 집필' 한상도 교수 발표 논란

등록 2018.06.22 21:01수정 2018.06.2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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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운동가의 정신을 기리는 국회 행사에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인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역사교수의 주제발표가 적절했느냐 하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앞서 독립운동가 정율성(1914∼1976) 선생을 재조명하는 강연회가 지난 19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정율성 선생'은 중국 3대 혁명음악가의 한 사람으로 '신 중국 100대 영웅'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항일 음악전사입니다.

이날 행사 주최는 한중문화협회(회장 이종걸)가 맡았습니다. 이와 관련 이종걸 의원실은 웹자보를 통해 '일제강점기 중국으로 망명하여 한중 양국의 항일운동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음악가 정율성을 재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면서 '항일독립운동사의 권위자인 건국대학교 사학과 한상도 교수님이 주제발표를, 태백산맥 아리랑을 쓰신 조정래 작가도 참석할 예정'이라면서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이종걸 의원실이 참여를 독려하는 웹자보
이종걸 의원실이 참여를 독려하는 웹자보추광규

한상도 교수, 박근혜 국정농단 '국정교과서 집필 참여'

이날 행사는 시작부터 삐끗대기 시작했습니다. 주최 측에서 행사 참석 사실을 사전에 밝히면서 주빈 격이나 다름없는 조정래 작가가 잠깐 참석한 후 곧바로 나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원인은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한상도 건국대학교 사학과 교수 때문이었습니다. 한 교수가 박근혜 국정농단 중 하나인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전력을 조정래 선생이 확인하면서 이날 행사가 적절치 않다고 함께 하는 것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한상도 교수는 일제강점기 독립 운동가들을 주로 연구하면서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학자이지만 문제는 그가 박근혜 국정농단 중 하나인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다는 전력에 있습니다.


그는 거의 대부분의 교수들이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하던 시기에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는가 하면 국정교과서 집필진으로 이름을 올리는 등 박근혜 정권의 국정교과서 작업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그는 과거 정권 적폐 청산이 한참인 가운데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올 초 '서울역사강좌' 강사로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국정교과서 집필 참여 이력이 보도되면서 강좌를 맡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한상도 교수는 왜 대다수 교수들이 참여를 거부하고 있던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했을까요? 그는 지난 2017년 12월 1일 <건대신문> 인터뷰에서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말했습니다.


한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교과서를 검인정에서 국정으로 만드는 것에 개인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면서도 "처음 집필 요청이 왔을 땐 거절했었지만, 국사편찬위원회(국편위)에서 녹을 먹으며 학자로 성장한 사람으로서 끝내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게 되면, 나에게 돌아올 건 비난과 질타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시간이 좀 지나면 객관적으로 국정교과서에도 좋은 부분이 있다는 얘기도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근대사 독립운동 부분을 누군가는 꼭 써야하는 상황이었다. 이를 비판한다면 나로선 더 할 말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소란이 이어졌습니다.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가 한 교수에게 국정교과서 참여에 대해 묻는 과정에서 소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또 그는 '친일미화 독재찬양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한상도 교수가 독립운동가 정율성 선생을 입에 올리는 국회 강연은 어불성설이 아니냐'면서 계속해서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한 교수는 서둘러 자리를 벗어날 뿐이었습니다.

발걸음을 돌렸던 조정래 작가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선택이 잘못된 것이니까... 독립운동가에 대해서 국정교과서처럼 잘못 그런 식으로 갔다 하면 문제가 있지만 정율성을 제대로 봤다면 그걸로 덮고 넘어가야지..."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강연회에 참석한 임시정부 국무위원 차리석 선생 아들 차영조씨는 "가까이 믿었던 한상도가 국정교과서 편집에 참여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치가 떨린다"며 "아직도 이명박 박근혜 추종하는 세력이 그냥 있다는 것은 우리가 몰라도 너무 모른다. 후손들이 뭘 배우고 살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조선의열단 기념사업회 김원웅 회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 역사학계가 아직도 권력에 기웃거리면서 곡학아세하는 학자가 많다"며 "역사를 왜곡시키는 데 앞장서 몸을 담았던 사람이 어떻게 역사 얘기를 하고 국회에 나와서 평가를 하는가"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회장은 계속해서 "지난 시대에 친일 독재세력에 동조해서 역사를 왜곡하던 인사들이 촛불혁명 이후에도 나타나 얼굴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차단해야 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중문화협회 "깊이 연구한 분이라 초청... 더 신중하지 못했던 점 유감"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2018년 한중문화협회 역사강연에서 이종걸 의원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2018년 한중문화협회 역사강연에서 이종걸 의원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이종걸 의원 홈페이지

한중문화협회는 한상도 교수를 초빙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번 행사는 중국 근현대사에 녹아있는 한국인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특별히 정율성 선생을 조명하는 자리였다"면서 "연사인 한상도 교수의 역사관을 듣고자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그분이 정율성 선생에 관한 깊은 연구가 있어서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저희 협회 고문님 중 한 분의 추천이 있었다"면서 "다만 저희 협회 회장님의 위치를 고려하여 보다 신중한 연사 선정이 이루어졌어야 했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조정래 작가 불참과 관련해서는 "협회에서 초대한 것이 아니라 이종걸 의원님과 선약이 있어서 국회를 방문하셨다"면서 "의원실에서는 조 작가님과 약속을 잡을 때 오후에 의원님이 회장으로 있는 한중문화협회에서 정율성 재조명 강연회를 개최하는데, 조 선생님도 참석해주시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승낙을 하셔서 의원실에서 발송한 행사 공지에는 조정래 선생님도 자리를 같이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선생님은 행사 당일 아침 10시에 이종걸 의원을 만나셔서 다른 주제로 장시간 대화를 나누신 후, 점심까지 같이 하시고 오후 2시 행사에 잠깐 참석하신 것"이라면서 "그런데 의원실에서 행사 공지 후에 강연자인 건국대 한상도 교수가 국정교과서 집필자임을 알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협회는 이 같이 설명한 후 "그래서 당일 오전에 조 선생님께 선생님이 참석하신다고 공지까지 한 정율성 재조명 강연자가 국정교과서 집필진이었다고 알려드렸다"면서 "조 선생님은 한상도 교수가 왜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는지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참회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잠깐 자리를 같이 해주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상도 교수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해오지 않았습니다.

한편 중국인민해방군가의 작곡가인 정율성 선생은 광주 출신으로 광주숭일보통학교를 마치고 1933년 항일운동에 가담한 형들을 따라 중국으로 건너가 난징, 상하이 등지를 전전하는 동안 크리누아에게 작곡과 성악을 배웠습니다.

1937년 옌안의 루쉰예술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1939년 중국공산당에 입당, <옌안송> <팔로군대합창> 등을 작곡 발표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전진, 전진, 전진/ 태양을 향한 대오/ 중국의 대지에 섰다"로 힘차게 시작되는 <팔로군행진곡>은 1949년 중국 건국과 함께 <인민해방군가>로 불려 오다가 1988년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정식 군가로 비준을 받았습니다.

선생은 한때 문화대혁명에 협력하지 않은 죄로 시련을 겪었으나 다시 작곡활동을 개시하여 가곡·가극·영화음악 분야 등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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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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