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박우량 세 번째 당선당선 직후 지지자들과 함께
박우량 선거사무소
지지자들과 지역 정치권의 권유, 정부여당이 갖는 장점 등을 고려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공천경쟁을 준비했다. 그런데 중앙당은 박 예비후보를 컷오프 시켰다. 지역민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젊은' 후보가 민주당의 전략공천을 받았다. 그럼에도 박우량은 끝내 '귀환'했다. 세 번째 무소속 당선이었다.
"신안군민들은 도지사, 국회의원, 도의원과 군의원까지 압도적으로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었습니다. 그런데 군수 하나만 족집게로 뽑듯이 저를 지지해 주었습니다."1위를 차지한 박 당선자뿐 아니라 2위도 무소속(현 군수)이었다. 민주당 후보는 3위에 그쳤다. 그나마도 4위와 차이가 나지 않는 3위였으며, 2위의 절반에 그치는 득표였다. 김대중의 고향 신안에서 추미애 대표가 전략공천한 민주당 후보의 초라한 성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김대중의 고향인데도 민주당 후보가 힘을 못 썼다고 하면 틀린 말입니다. 50년 가까이 김대중 대통령을 길러낸 군민들이기 때문에 지역에 필요한 후보를 엄격히 선택하고, 잘못된 공천을 심판할 수 있는 역량이 있었던 것입니다. 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부분에서는 확실하게 민주당을 선택했구요." 박 당선자는 현직 프리미엄과 민주당 프리미엄이라는 두 개의 산을 넘고 당선된 셈이다. 이처럼 놀라운 결과를 가능하게 한 근거를 그는 "김대중 대통령을 길러낸 신안군민"들의 빼어난 정치의식에서 찾았다. 그렇다면 신안군민들은 박 당선자의 어떤 점에 높은 점수를 줬을까.
박 당선자는 8년 동안(2006~2014) 신안군정을 이끌어 온 '전 군수'이기도 했다. 짧은 선거 기간 동안에 내 놓은 몇몇 공약보다, 그 이전 8년간의 군정에서 그를 다시 선택할 근거가 있었다고 추측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신안군에는 총 73개의 유인도가 있습니다. 임기 8년 동안 한 섬에 평균 세 번, 200번이 넘게 열심히 다니고 했는데도 어의도와 포작도 두 군데를 가보지 못했습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충분히 갈 수 있는데, 바람 불면 못 가고 안개 끼면 가지 못하는 게 섬입니다. 1/3은 군수실을 지켜야 하고 1/3은 중앙정부에서 일을 봐야 합니다. 큰 섬은 몇 차례 더 가야 합니다. 나머지 1/3의 시간을 가지고 자동차도 아닌 배를 타고 섬을 찾아다니는데 결국 두 군데를 못갔더라구요."그만큼 '섬 군수' 업무는 특별하고 힘들다. 그래서였을까, 역대 신안 군수들의 군정 수행 방식은 박 군수와 달랐다. 크고 작은 섬들의 '유지'들을 목포로 불러 내 민원사항을 듣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장차 있을 선거를 대비해 이권을 나누고 공사를 배분하는 '밀실정치'도 이루어진다. 군민들의 세세한 삶을 개선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먼 행정이고 정치였다.
이권 배분보다 군민 기본권에 집중한 군수 박 당선자는 매 선거 때마다 군민들에게 필요한 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섬의 현실을 뼛속 깊이 아는 사람만이 내 놓을 수 있는 정책이었다. 당선되고 나서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었고, 상당부분 실현했다. 대표적으로 섬 교통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사례가 있다.
민선5기 재임 시절 박 군수는 노무현 대통령과 중앙정부를 설득, 법을 개정해 100년 만에 전국 최초로 야간 여객선을 운항할 수 있도록 했다. 육지에 나왔다가 섬에 못 들어가면 불필요한 숙박비·식비가 들었다. 일을 못해 날아가는 기회비용까지 계산하면 주민들은 엄청난 불이익을 당해왔다. 그런데 야간에 배가 다님으로 해서 주민들의 삶이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야간에도 배가 다니다 보니 대중교통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전국 최초로 버스 완전 공영제를 실시했다. 민간업자와 협의해서 5년 동안 14개 읍면에 있는 14개 버스회사를 군이 사들여 직접 운영했다. 65세 이상 어른신들은 무료로 이용하고, 또 일반 군민들은 도시처럼 거리에 관계없이 1000원만 부담토록 하는 정책이었다.
군민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개선한 사례는 더 있다. 섬사람들이 목욕을 한 번 하려면 목포까지 나와 1박2일, 2박3일을 허비해야 했다. 박 군수는 면에 목욕탕을 하나둘씩 순차적으로 지어 직영으로 운영했다. 여름철 폭염에도 마을회관에는 에어컨 한 대가 없었다. 2년에 걸쳐 360개 노인정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4년 뒤에 정부 정책으로 에어컨 지원이 시작됐다. 이 때 받은 정부 돈으로는 에어컨 대신 김치냉장고를 하나씩 보급했다. 화장실도, 대합실도 없는 선착장들이 많았다. 전수 조사를 통해 시설을 마련했다.
그동안 군수들이 해 온 '유지정치'는 군민들이 받는 고통에 관심이 적었다. 도시 및 내륙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누리고 있는 권리조차 섬에서는 오랜 세월 무시되어 왔다. 박 군수는 '기본권'의 관점에서 군정을 펼쳤다. 혈세 투입의 근거가 여기에 있었다. 백년 만에 다니는 밤배나 버스 완전공영제는 헌법이 보장한 이동권을 신장시키는 것이었다. 목욕탕, 에어컨, 대합실, 화장실 설치 또한 헌법이 포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건강권에 관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