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홍은사거리에 위치한 유진상가. 지어진지 48년 된 오래된 건물이다.
채경민
'타워팰리스의 원조격'
세대별 분양 면적이 다른 상가 아파트에 비해 월등히 넓어 최소 33평, 최고 68평에 달했다. 주거동에는 '유진맨션'이라는 이름이 붙였는데 '맨션'이 당시 고급 아파트에 주로 붙었던 이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곳이 얼마나 고급 주택이었는가를 새삼 실감케 한다. 실제로 초기 입주자 중 상당수는 정부와 법조계의 고위직이었다.
유진상가 건물의 구조는 매우 독특하다. 얼핏보면 한 개의 건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A동과 B동, 이렇게 두 개의 동이 마주 보고 연결된 형태다. 두 개의 동 사이에는 중앙 정원(중정)이 있는데 A, B동을 연결하는 일종의 요충지 같은 곳이다.
계단을 통해 2층에 올라가면 중정의 규모에 놀랄 수 밖에 없다. 길이가 160m에 육박하고, 폭도 16m나 된다. 그네가 딸린 작은 놀이터와 관리실가 있고, 곳곳에 주민들이 내놓은 화분과 에어컨 실외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인적이 드물어 황량함마저 감돌지만 입주 당시에는 아이들이 뛰놀던 넓은 마당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