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책 표지이기호 신작 소설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가 문학동네에서 나왔습니다.
문학동네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에는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작품 제목에 전부 고유명사인 사람 이름이 들어간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럴싸한 멋진 주인공의 이름이 아닌 평범한 이름들입니다. 최미진, 나정만, 권순찬, 박창수, 김숙희 등. 고유명사를 쓰는 것은, 작가가 각각의 삶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존중하겠다는 의지가 아닐까 합니다. 누구도 같은 삶을 살지는 않으니까요.
7편 중 서너 편에 이기호이거나, 이기호를 닮은 사람이 등장합니다. 첫번째 수록작 <최미진은 어디로>의 경우, 대놓고 소설가 이기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요. 이기호가 인터넷 중고나라 사이트에 갔다가 자기 책만 염가 판매하는 걸 보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립니다.
'절대적 환대'란 가능한 일일까소설가에게 소설은 어떤 의미인가, 소설가라면 적어도 타인의 고통에 대해 써야 하지 않는가. 그런 숱한 고민을 하며, '소설가로 사는' 이기호는 이야기 하기의 윤리에 대해 말합니다.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에서도 이기호와 비슷한 인물이 등장하며, 슬럼프에 빠진 작가가 어떻게 착하게 호의를 베풀며 살 것인가를 생각하는 내용이 나오지요.
끝없이 소설가의 윤리에 대해 성찰하는 이기호이기에, 그는 부끄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모욕을 당할까봐 모욕을 먼저 느끼며 모욕을 되돌려주는 삶에 대해서.
나는 그게 좀 서글프고, 부끄럽다.
(<최미진은 어디로> 문학동네 P.33)
왜 어떤 사람은 수치를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염치를 생각하는지.
나는 지금도 그것을 알지 못한다.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 문학동네 P.167)
마지막으로 <한정희와 나>와 같은 단편을 통해 그는 환대의 문제를 말합니다. 이기호에게 소설가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려 하고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타인들에게 호의를 베풀곤 하는데 (담배 꽁초를 줍는 노숙자에게 담배를 건네거나, 권순찬 씨에게 도움을 주거나 합니다) 매번 호의는 거절당합니다. 그런 식으로 자신에게 별반 피해가 없는 상황일 때 호의를 건네지만, 막상 자기 삶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상대에게 무조건 환대하기란 어렵습니다.
내겐 환대, 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느 책을 읽다가 '절대적 환대'라는 구절에서 멈춰 섰는데, 머리로는 그 말이 충분히 이해되었지만, 마음 저편에선 정말 그게 가능한가, 가능한 일을 말하는가, 계속 묻고 또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신원을 묻지 않고, 보답을 요구하지 않고, 복수를 생각하지 않는 환대라는 것이 정말 가능한가. 정말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 일이 가능한 것인가. (<한정희와 나> 문학동네 P264-266)
예멘 난민 문제도 그렇고 타인들이 우리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때, 무조건 환대라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타인들의 처지에 관심을 가지고 필요하다면 온정을 베푸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살다 보면, 우리도 곤경에 처할 때가 있고, 누군가의 호의와 환대가 눈물 나게 고마울 때가 있으니까요.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이기호 지음,
문학동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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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산책하는 삶을 삽니다.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 숲을 운영하고 있으며, 강과 사람,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이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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