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갈매기위도로 들어가는 배를 따라 새우과자를 얻어먹기 위해 갈매기들이 모여들었다
강상오
위도라는 섬은 전북 부안에 있다. 격포항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50분 가량 들어가면 위도가 나온다. 위도는 '힐링의 섬'으로 불리는데 왜 그런가 했더니 조용한 섬마을이라 그런듯 했다. 배에 차를 싣고 들어가는 위도는 그렇게 작은 규모의 섬은 아니었지만 그 흔한 편의점이나 커피전문점 하나도 없는 '시골'이었다.
여행 일정을 미리 잡아서 숙소를 예약해뒀는데 하필 장마 기간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날 앞뒤로는 장마 전선이 제주도 부근에 위치하고 있어서 비 소식은 없었다.
애초에 토요일과 일요일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김해에서 부안까지는 차로 4시간 가량이 걸리고 부안에서 위도로 들어가는 배편이 미리 예약이 되지 않았기에 금요일 밤에 미리 부안으로 이동했다. 부안으로 이동하던 금요일밤, 부슬 부슬 비가 내리기도 했다.
새벽 1시가 넘어서 부안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한 숙소에서 잠을 자고 아침 일찍 나가 미리 배 표를 사서 들어갈 계획이었다. 첫날 잡은 숙소는 무인 호텔이었는데 1층은 주차장이었고 2,3층이 복층 구조로 된 깔끔한 숙소였다. 사람이 많은 여행지나 도시 같았으면 '불금' 할증이 붙어 숙박비가 더 비쌌을 텐데, 오히려 새벽 늦게 도착하는 걸 핑계로 숙박비를 더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숙소 창문을 열었는데 날씨가 끝내주게 좋았다. 미세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날씨에 적응이 안 될 정도였다. 맑고 깨끗한 하늘과 바다를 보니 최근 여러가지 일들로 갑갑했던 가슴이 확 트였다. 숙소에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격포항여객터미널로 향했다. 격포항여객터미널까지는 숙소에서 차로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가는 길목에 마트와 수산시장이 있어 먹거리를 미리 사서 가기 좋았다.
위도로 가는 배에 차를 싣고 배 주변으로 달려드는 갈매기들을 구경하며 금세 위도에 도착했다. 위도 선착장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중국집 메뉴판에 내장탕과 육개장이 있는 신기한 곳이었다. 해물쟁반짜장과 군만두를 먹었는데 짜장면이 너무 불어터진 상태로 나와 거의 숟가락으로 퍼먹어야 했다. 그것 빼곤 다 괜찮았다.
드디어 본격적인 위도 여행이 시작됐다. 숙소로 가는 차안에서 사촌 누나가 이번 여행은 숙소가 좋은 곳이 아니라며 어릴 때 MT 가서 놀던 것처럼 저렴한 숙소라고 말했다. 때마침 길 옆에는 곧 무너질듯하게 허름한 건물이 보여 '혹시 저기가 숙소냐'며 농담을 했다. 그런데 그 건물 벽에는 스프레이 페인트로 '카센터'라고 쓰여 있었고 실제로 영업하는 카센터였다.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사방 창문 어딜 내다봐도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숙소에 도착했다. 오래된 건물에 낡은 집기들로 깨끗하고 쾌적한 숙소는 아니었지만 저렴한 가격에 방과 거실도 넓었고 무엇보다 경치 하나는 끝내주게 좋았다. 게다가 건물 1층은 섬에서 거의 유일한 카페였고 2층은 우리가 다 쓸 수 있어 우리 세상이라 좋았다.
숙소에 짐을 올려다 놓고 잠시 쇼파에 앉아 좋은 날씨를 벗삼아 바다를 구경하고 있었다.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닷 바람이 너무 시원해서 에어컨이 필요 없었다. 잠시 앉아 숨을 돌리고 우리는 위도 해수욕장으로 물놀이를 나갔다. 해수욕을 나간 시간은 오후 2시 30분, 썰물때가 넓은 백사장이 드러났고 백사장을 걷다보니 모래위로 빨대를 내놓고 숨쉬는 듯한 구멍들이 엄청나게 많이 보였다.
서해 바다에는 조개들이 많이 나온다. 해수욕장에서도 보통 발로 슥슥 땅을 파다보면 조개들이 나오는데 여기에도 분명 그런게 있을거라며 몇명을 연신 땅을 파댔다. 나도 그 빨대 같은 구멍 주위로 땅을 팠는데 무언가가 계속해서 더 깊이 파고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아무것도 꺼내지 못했다.
전략적으로 숨구멍 옆쪽부터 파서 가운데를 한번에 들춰 낸 사촌형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조개를 하나 잡았다. 마치 대마무처럼 길게 생긴 '맛조개'였다. 그 조개 하나 잡은 희열에 우리가 물놀이를 끝낼때까지 형은 온 해수욕장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뭔가를 잡기위해 혈안이 되어 돌아다녔다. 결국 돌아갈 때 맛조개 한마리와 다른 조개 3마리 정도가 봉지에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