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고 옛 새누리당의 선거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형사대법정 417호에서 열리고 있다. 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가운데)가 법정을 개정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엽 판사, 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 강명중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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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특활비 사건에서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행위가 국고손실은 맞지만, 뇌물은 아니라고 판단해 징역 6년에 추징금 33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을 총괄하는 대통령으로서 국가예산을 용도와 목적에 맞게 엄정하게 집행하고 감독해야 할 지휘에 있었으나 최소한의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권한을 남용해 지속적으로 국고를 손실했다"라면서도 "전직 국정원장들이 지급한 특활비가 직무 관련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라며 뇌물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국정원장이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지만, 대통령에게 건넨 특활비에는 구체적인 청탁을 가진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외부기관이 청와대에 자금을 지원하는 관행이 있었다는 점도 이유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은 '문고리 3인방'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들로부터 국정원 특활비 35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2016년 9월 전달받은 2억 원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의 의사와 무관하게 전달됐다는 이유로 국고손실 혐의도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박근혜, 특활비 사저 관리비·의상실 유지비로 사적 사용"... 검찰 "상식에 반해"
다만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를 '의상비' 등에 사용한 부분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정원장들로부터 받은 돈 일부를 사저 관리비, 의상실 유지비 등 사적으로 사용했다"라며 "국정원 예산이 국가 안전보장에 제대로 사용되지 못해 국가와 국민 안전에 위험을 초래했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같은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건넨 전직 국정원장 3명의 선고에서도 국고손실 혐의는 인정했으나 뇌물공여죄는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대통령이 먼저 요구해 특활비 상납이 시작됐다는 점에 주목해 "이 사건은 통상 공무원 뇌물 공여 사건과는 다르게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문고리 3인방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 본인이 직접 지휘관계에 있는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수십억 원은 대가성이 없어 뇌물이 아니라는 1심 선고를 수긍하기 어렵다"라면서 "상하관계에 있는 하위 공무원이 개인 돈으로 돈을 주면 뇌물이고, 나랏돈을 횡령해 돈을 주면 뇌물이 아니라는 건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