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을 여행하는 동안 오렌지 등의 과일과 싱싱한 야채를 많이 먹었습니다. 오렌지 맛은 참 좋았습니다.
전갑남
"점심들 잘 드셨어요? 지금 먹은 음식이 '바깔라우'라는 현지식이에요. 입맛에 맞으셨는지?"가이드가 묻는 말에 표정들이 시큰둥합니다. 맛이 별로였다는 반응입니다. 우리 입맛과 다르고, 아무래도 낯선 음식을 대하다보니 그렇고 그런 것 같습니다. 염장 저장한 대구(바칼라)를 튀겨서 나왔는데, 퍽퍽하고 좀 짰습니다. 생선을 좋아하지 않은 아내는 함께 나온 감자튀김만 먹었습니다. 우리 표정을 두루 살핀 가이드가 딴 데로 이야기를 돌립니다.
"오늘도 식수는 기사님한테 사드세요. 기사님께서 시원하게 해가지고 왔네요. 장거리를 뛰어야하는 기사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합시다. 다같이 '그라시아스!'"우리는 '그라시아스!'라는 인사말과 함께 박수를 보냅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보다도 운전기사입니다.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듬직한 체격의 기사님은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운전을 합니다.
규정속도를 지키고, 난폭운전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무거운 여행가방도 일일이 짐칸에 실어주고, 여행길에서 최대한 동선을 줄이려고 애씁니다. 기사님의 수고로 우리는 그만큼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을 즐깁니다.
오렌지의 고장 발렌시아, 맛이 다르다"그런데, 오렌지 맛이 참 괜찮죠? 지금 우리가 이동하는 곳은 오렌지의 고장 발렌시아예요. '유럽속의 아랍'이라는 그라나다로 가는 길목에 하룻밤 묵어갈 예정입니다. 발렌시아까지 꽤 오랜 시간을 달려야하니까, 쉬시면서 차창 밖 풍광을 구경하세요." 우리는 안토니 가우디가 남긴 위대한 유산과 그의 건축 세계에 깊은 감명을 받은 바르셀로나를 뒤로 발렌시아를 향해 달려갑니다. 고속도로가 붐비지 않습니다. 막힘없이 뻥 뚫린 도로를 기사님은 규정속도 120km를 잘 지켜나갑니다. 단속구간만 지키다가 그곳을 벗어나면 속도를 높이는 우리네 운전습관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꼭 본받아야 할 운전문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