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최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동물을 키우는 이른바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기를 능력이 되지 않는데도 수많은 동물을 모으는 사람)가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사육기준'이 마련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규제 심사를 진행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올해 초 서울 마포구에서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고 유기견 수십 마리를 한 곳에서 키우다 이웃의 항의성 민원 끝에 십수 마리를 몰래 버린 사례가 있었다.
여러 선진국에선 방지책이 마련돼 있지만, 우리는 뾰족한 제도적 장치가 없어 당국도 고민해왔다. 캐나다 토론토는 한 사람이 개를 3마리 이상 키울 수 없게 하고 있으며 호주는 반려견을 4마리 이상 키울 때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애니멀 호더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위반자를 처벌해 동물 학대를 막을 필요가 있다"며 "상위법인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하는 의무 가운데 애니멀 호더가 주로 내팽개치는 부분을 구체화하려는 것"이라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현재 동물보호법은 ▲ 동물에게 적합한 사료와 물 공급 ▲ 운동·휴식·수면 보장 ▲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하면 신속하게 치료 ▲ 동물을 옮길 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 등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규정을 마련해 사육주가 보다 나은 환경에서 동물을 기르도록 하고, 애니멀 호더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시행규칙 개정안은 우선 동물의 사육 공간에 대해 ▲ 차량·구조물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이 없을 것 ▲ 동물이 일어나거나 눕는 등 일상적인 동작에 지장이 없을 것 ▲ 가로·세로가 동물의 체장(體長·동물의 코부터 꼬리까지의 길이)의 2.5배와 2배를 제공 ▲ 옥외에서 사육 시 혹서·혹한·눈·비를 피할 쉴 곳 제공 ▲ 목줄에 결박되거나 목이 조여 상해를 입지 않도록 할 것 등을 규정했다.
또 여러 마리를 키울 때는 동물 사체나 전염병이 발생한 동물은 즉시 격리하도록 했다. 골절 등 심각한 상해를 입었을 때 그 고통을 완화하고자 신속한 수의학적 처치도 의무화했다.
개정안은 특히 "영양이 결핍하지 않도록 사료 등 동물에게 적합한 음식과 깨끗한 물을 공급해야 한다"거나 "쉴 곳, 급이·급수 용기 내 분변·오물 등을 제거해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해 사육 환경의 위생적인 측면도 강조했다.
개정안은 이 밖에도 지난해 사회적 논란을 빚은 맹견을 두고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과 그 잡종으로 규정했다. 반려동물의 종류로는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를 적시했다.
또 동물용 의약품을 사용한 동물은 해당 약품 휴약 기간(休藥期間)의 2배가 지나야 동물복지 축산농장 표시를 할 수 있게 하고, 동물복지 축산농장에서 생산한 축산물에서 농약과 동물용 의약품이 잔류 허용 기준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5마리 이상 키우는 사람은 지난해 동물보호·복지 의식 조사에서 답변한 가구를 기준으로 전체 가구로 환산할 때 9만 가구, 약 23만 명 수준"이라며 "이번 시행규칙 개정으로 애니멀 호더를 예방하는 등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동물보호 행정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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