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수공 직원들도 이유를 알고 있었다"

[단비현장] '금강요정' 김종술 기자의 4대강 취재기 북토크

등록 2018.08.22 09:33수정 2018.08.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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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서울 충정로 벙커원에서 열린 북토크에서 4대강 취재 당시의 경험을 회고하고 있는 김종술 기자
20일 서울 충정로 벙커원에서 열린 북토크에서 4대강 취재 당시의 경험을 회고하고 있는 김종술 기자윤종훈

20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복합문화공간 벙커원(1).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시작된 2008년 이후 약 10년간 1300여 건의 고발기사를 쓴 김종술(5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그 취재기를 담은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 출간기념 북토크를 시작했다. 이철재(47)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 무대에 나란히 앉아 청중과의 대화를 중개했다.

"금강에서 매일 물고기를 잡아 아이들을 대학 보내고 집을 장만했던 어부가 있어요. 제게 '산의 가랑잎보다 많다고 할 정도로 4대강 사업 전엔 금강에 물고기가 많이 살았다'고 하더군요. 물고기가 줄었는가 싶으면 비가 와서 곳간을 채워놓는다고 할 정도로 강이 맑고 깨끗했다는 거예요. 하지만 2012년 금강 백제보 인근에서 60만 마리 이상이 떼죽음을 당하기 시작하면서 매년 물고기 폐사가 반복됐죠."

김 기자는 현장 취재를 통해 물고기들이 '용존 산소 고갈에 의한 질식사'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떼죽음 당해 둥둥 떠 있는 물고기들을 너무 많이 본 그는 악몽에 시달려 3개월여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현장에서 죽은 물고기를 수거한 환경부와 수자원공사 직원들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하루 1000여 마리의 물고기가 죽어도 50여 마리로 축소 발표하는 등 4대강 사업의 책임을 철저히 회피했다고 그는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부터 4년여 동안 약 22조 원의 세금을 들여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물을 가두고 강변을 정비하는 내용의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 수질 개선, 가뭄·홍수 예방 등을 목표로 내세운 이 사업으로 보 16개, 댐 5개, 저수지 96개가 2012년 4월 완공됐다.

'흐르는 물을 가두면 썩는다'는 환경단체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된 이 공사는 2012년 7월 낙동강에서 '녹조라떼'로 불릴 정도의 심각한 녹조가 발생하면서 부작용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2012년 10월 금강에서 엄청난 숫자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등 '생태 위기'가 심각하게 부각됐지만 당시 환경부는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됐다' '원인을 모르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보 문을 여니 다시 돌아온 모래톱과 재첩·다슬기

 김종술 기자(무대 오른쪽)의 발언에 이어 이철재 부위원장이 보충 설명을 하고 있다.
김종술 기자(무대 오른쪽)의 발언에 이어 이철재 부위원장이 보충 설명을 하고 있다.윤종훈

4대강 정비가 끝난 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전북, 충남북을 흐르는 금강의 세 개 수문(세종보·공주보·백제보) 중 세종보만 잦은 고장과 기름 유출 등의 이유로 1년에 네 차례 열었을 뿐 다른 보는 문을 연 일이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강 되살리기' 차원에서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를 포함한 4대강의 14개 보가 단계적으로 개방됐다. 그러나 백제보의 경우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수박 재배를 하는 농가들의 반대로 최근 다시 수문을 닫았다.


김 기자는 "수문을 닫은 백제보의 경우 아직 녹조가 창궐하고, 백제보의 수위 영향을 받는 아래쪽 공주보 또한 강바닥에 펄이 시커멓게 쌓여있다"고 최근 상황을 설명했다. 반면 세종보는 일부 정체된 공간 때문에 부유물이 존재하지만 그 전보다 물이 맑아지면서 수질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수문 개방으로 물이 흐르면서 하중도에 모래톱이 만들어지고 재첩, 다슬기가 발견되는 등 '강이 살아나는 증거'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무역업을 하다 충남 공주의 한 지역신문 기자를 거쳐 사장으로 일하던 중 4대강 취재를 시작한 김 기자는 특히 금강에 대한 집요한 취재로 '금강요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지금은 '전업 시민기자'로서 4대강 취재를 계속하고 있는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언제까지 취재할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어렸을 때 친구들과 놀던 강, 내가 봤던 강의 모습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북토크에는 조현진(43·여)씨가 대학에서 환경을 전공하는 아들 박상우(20)씨와 함께 참여하는 등 다양한 연령대의 청중 3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대학생 한가람(25)씨는 "4대강 사업이 그저 국가예산을 매년 꿀꺽 삼키는 (낭비적) 사업이고, 강에 녹조가 끼어 문제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훨씬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4대강 수질개선 등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묻는 한 참석자에게 "진보언론, 환경단체 등을 후원하면서 강에 관심 가질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왜 강이 녹조로 덮여 있는지 시청과 환경부 등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시민 각자가 가까운 개천이라도 찾아가 보는 '관심'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좋은 강이든 나쁜 강이든 가까운 개천이라도 찾아가 봅시다. 우리가 가까운 개천이라도 관심을 가져야 냄새가 나면 '냄새가 왜 나냐?'고 지적하고 쓰레기가 많으면 '쓰레기가 왜 많지?'라고 지적하죠. 그래야 그 강이 살아납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강, 그런 강이 돌아오길 소망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김종술 기자 #4대강 사업 #녹조라떼 #금강요정 #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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