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단과 친숙해져 카메라를 보고 포즈를 취해준 북측 아이
이하나
응원단이 처음 마주치던 날, 북측 교민들이 바로 뒷좌석에 앉자 남측 응원단 한 사람이 "우리 같이 앉아도 돼요?"라고 물었다. 그렇게 조심스러웠던 것도 잠깐, 한 경기 두 경기 지날수록 남북은 섞여들었다. 우리가 꿈꾸는 자유왕래가 이루어진다면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자카르타에는 '분단선'이 없었다 "대동강 맥주 너무 먹어보고 싶어요. 한국 맥주는 맛이 없거든요." 자카르타 농구경기장에서 남북응원단이 나눈 대화다. 격세지감이다.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대동강 맥주가 더 맛있다고 해서 북을 '찬양'한 혐의를 받고 검찰 조사까지 받은 일이 얼마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자카르타에는, 분단선이 없었다. 판문점 선언 이후 우리의 마음에서도 두려움이나 경계, 걱정은 사라지고 있었다.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손잡고 분단선을 넘나들었듯 우리도 이렇게 넘나들며 장벽을 허물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갖게 된 경험이었다.
원코리아 공동응원단을 함께 준비한 현지 교민 이주영(4.16 자카르타 촛불행동 공동대표)씨는 이렇게 말했다.
"인도네시아에도 많은 북측 교민들이 살고 있지만, 우리가 북측 동포들을 이렇게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남북이 모여앉아 같이 응원하면서 어느 순간에는 정말 하나가 된 것 같았다. 이제 만남이 시작됐으니 앞으로 더 빨리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도 생긴다. 통일이 별게 아니지 않나. 이렇게 만나는 계기가 늘어나고, 자꾸 만날 수 있는 것. 그것이 통일인 것 같다.""한반도기만 봐도 가슴이 뭉클해요" 역사적인 남북공동입장 순간, 개막식장에는 한반도기가 나부꼈다. 경기장 저 멀리 한반도기와 선수들이 입장하는 순간부터 응원단은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다. 선수들은 입장부터 퇴장까지 관중석을 바라보며 손 흔들어 주었고, 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도 평화의 상징으로 남북공동입장을 강조했다.
현지 자원봉사자들도, 외국 관광객들도, 응원단이 지나가면 '코리아?'라고 물으며 엄지를 치켜들거나 한반도기를 같이 흔들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다. 19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원코리아 페스티발' 현장에도 외국인과 현지 교민들이 참가해 한반도기를 흔들며 코리아를 함께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