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수업 장면공교육에 IB 교육과정을 도입한 일본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의 수업 장면.
신향식
▲IB 한글화 범위='한국어판 IB를 운영한다', 혹은 'IB를 한글화한다'의 의미는, 초등학교(PYP)-중학교(MYP) 프로그램의 교사용 안내서를 번역하는 것도 포함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고등학교 프로그램에서 대입 시험을 한국어로 치르고 채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의미한다. IB 고등학교 프로그램을 한글화한다는 일은, ①교사용 안내서와 평가기준 등 각종 지침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②대학입학 시험문제를 한글로 번역하고 ③대입시험의 답안과 내신과제를 한글로 제출할 수 있게 하고 ④한글 답안 채점이 가능하도록 채점관을 양성하고 ⑤한국어로 교원연수를 진행하는 일을 포함한다.
▲IB 교원연수=교원연수는 처음에는 통역을 활용할 수 있다. 연수를 받은 국내 교사들 중 연수 강사로 활약할 수 있는 인력이 배출되면 궁극적으로 한국어로 교원연수가 가능하게 된다. 초등학교, 중학교 프로그램은 대학입시와 같은 표준화된 시험이 없기 때문에 교사 지침서를 번역하고 한국어로 교원연수를 받을 수 있으면 된다. 경북대 사범대를 비롯한 국내의 몇몇 국립대 사범대에서 IB 교원연수 과정 개설을 고려하고 있다.
▲IB 채점관 양성=채점관은 보통 현직 교사들 중에서 선발하여 훈련을 거쳐 활동한다. 한글화 초기에 국내에 IB 현직 교사가 없기 때문에, 사범대 교과교육전공 교수 중에서 영어로 된 채점기준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으면서 교사경력이 있는 인력이 맡으면 된다. 현재 경북대 사범대에서 채점관 양성 계획을 마련 중이다.
▲향후 교과서 선택=교과서는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번역할 필요가 없다. 일본도 국정, 검인정 교과서를 그대로 다 사용한다. 다만 하나의 교과서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교재를 많이 사용할 수 있다. 어차피 시험이 한 교과서를 얼마나 잘 외웠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 교과에서 IB 평가기준이 추구하는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을 기를 수만 있다면 다양한 교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IB 한글화 의의=IB는 영어를 배우는 것이 목적인 교육과정이 아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비판적,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 핵심이다. IB 교원연수에서는 깊이 있는 사고력은 모국어로 배울 때 가장 잘 기를 수 있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그리하여 IB 프로그램 중 모국어 과목과 외국어 과목이 있는데, IB 본부에서는 비영어권 학생들에게는 영어를 모국어 과목(그룹 1)이 아닌 외국어 과목(그룹 2)으로 수강하고 모국어를 그룹 1로 선택할 것을 권한다. 깊이 있는 사고를 위해서는 언어 역량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모국어로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의 IB 프로그램은 모두 영어판으로만 운영되어서 영어로 시험을 치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대다수의 공교육 제도권에는 제한이 있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국토 안에 12개의 IB 학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공교육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경기외고에는 IB반과 수능반이 병존하여 운영되고 있었음에도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왔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IB 한글화의 더 큰 의의는, 이것이 시범도입되지 않는 다른 일반 학교의 교사, 학생, 학부모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라면서 "IB 시범학교에서 '한글 IB'로 수업하기 시작하면, 일반학교 교사들은 새로운 종류의 평가, 수업, 교수법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범학교가 아닌 일반학교 학생과 학부모들도 같은 공립학교를 다니는 옆집 아이가 다른 종류의 숙제를 하고 다른 종류의 시험을 보는데도 국내 대학에 잘 입학할 수 있다는 사례를 지켜보면 수능과 같은 객관식 상대평가만이 가장 공정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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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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