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인권상 시상20일 오후 서울 조계사 관음전에서 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인 진관 스님이 구속 중인 이석기 전의원의 누나인 이경진 씨에게 불교인권상을 시상하고 있다,
김철관
"이석기도 국가 공권력 피해자... 인권 문제는 당사자 입장에서 봐야"
- 수상자 선정 발표 뒤 보수단체의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불교계 내에서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불교계 내에서 스님들이 원론적으로 반발하진 않는다. 스님들은 수행자다. 신앙인하고는 다르다. 수행자 입장에선 일체중생이 제도의 대상이다. 대승불교에는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수많은 보살들이 있는데 누가 누구를 배제하고서는 제도하지 못한다. 다만 대상이 사회이다 보니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불교계에서 정말 부담스러워했다면 조계사에서 행사를 못했을 것이다."
다만 범상 스님은 "불교인권위원회는 조계종이나 불교종단협의회 소속도 아니고 순수하게 불교 스님들과 불자들이 만든 단체"라면서 "어느 종단에 소속되면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밝혔다.
-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해서는 보수뿐 아니라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어제(20일) 시상식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어머니(김정숙씨)를 비롯해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어머니들도 왔는데, '어머니들도 아들딸들 아니었으면 태극기 들지 않았겠느냐'라고 물으니, '우리가 어릴 때 그런 교육을 받아 자녀가 민주화운동을 안 했으면 우리도 태극기를 들었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 제 주변에도 태극기 집회에 갔던 사람이 있는데 조선인 강제징용 판결 문제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판하더라. 태극기를 들었다가도 양승태 나쁜 놈, 할 수도 있는 거다. 세월호 가족들도 그렇고, 인권 문제는 당사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
이석기 전 의원은 전화 통화도 무서워 할 정도로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심했다. 이처럼 공권력에 의해 사람이 망가지는 모습을 많이 봤다. 내 큰아버지도 6.25를 겪은 뒤 술만 마시면 사람이 무섭게 변했다. 개인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당사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 각자 이익을 취할 수는 있겠지만, 당장 당사자 입장에서, 내 아들이란 입장에서 보면 함부로 할 수 없는 거다."
- 어제 시상식에서 이석기 전 의원이 양심수라며 석방을 촉구했다. 이번 일이 촉진제가 되리라 보는가.
"우린 문제 제기를 했으니 이제 사회적 논의에 맡겨야 한다. 당시 이 전 의원을 구속시켰던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지금 나오고 있지 않나. 사회적으로 공론화돼 당시 판결에 문제가 있다면, 내란선동죄 결론 낸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사회적 논의를 통해 (이 전 의원 석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밀양송전탑 어르신, KTX 해고자 등 국가공권력 피해자들 선정"
- 일부 언론에선 지난 2003년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에게 상을 준 것까지 들춰내서 문제 삼고 있다.
"사회 전체가 변해야 하는데, 선과 악으로 구분해 살아가고 있다. 내가 옳고 반대쪽은 그르다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해 시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카다피를 일방의 사회에선 아주 나쁘다고 보겠지만 그 사회에서 보면 다를 수 있다. 당시 선악 이분 논리를 앞세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맞섰다는 의미에서 카다피에게 상을 준 것이다. 지금도 한반도 통일을 중국과 미국의 대립 구도가 가로 막는 등 미국 중심의 세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 불교인권상 선정 기준은 무엇이고 지금까지 어떤 사람들이 받았나.
"불교인권위원회는 1990년 창립돼 28년이 됐고 인권상은 24년째다. '인권'이란 말이 잘못 해석되면 감옥에 있는 살인자도 인권이 있느냐고 하고, 요즘 툭하면 '인권 침해 당했다'고 얘기하는데, 그 당시 인권운동은 국가 공권력에 피해를 본 사람들로부터 시작했다. 권력 자체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정권에 있는 게 아닌데도, 거기에 저항한 사람들을 대변할 수 없었다. 밀양 송전탑 어르신들을 누가 대변할 수 있겠나. KTX 해고 노동자, 최성재 언론노조위원장 등 다양한 수상자들이 있었다. 수상자를 선정할 때 그해 가장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언론에서 잘 안 다뤄 묻혀 있는 부분들에 사회의 관심을 갖게 하려고 애를 썼다.
이석기 전 의원을 수상자로 선정한 것도 지금 사회적으로 통일을 많이 얘기하는데 통일을 어떻게 할지 같이 논의해 보자는 차원이었다. 통일은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양쪽이 서로 이익이 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되는 것이다. '네 생각으로는 통일이 안 돼', 그러면 논의가 안 된다.
북한 인권도 열악한데 이석기에게 상을 주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북한 인권 문제는 순수 선이라는 미국이 기축통화를 잡고 있으면서 (대북경제 제재)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겠나. 북한 인권은 국제 질서 속에서 북한이 처한 원인을 제거하면 좋아지게 돼 있다. 판문점 선언 등 얘기는 분분한데 통일 논의에서 누구 하나가 빠지면 안 된다."
"좌우와 선악 이분법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