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Still Life _ WINE. 51x36cm. 한지채색. 2018.
김미진
- 예전 작품과는 많이 달라요. 예전 작품들도 참 좋았는데…
"예전에 그렸던 것들은 어쩌면 머리가 더 앞섰던 그림인지도 몰라요.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마음이 좀 여유로워지고, 자유로와지더만요. 앞으로 살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내 마음을 빼앗아 가는 것을 그리려고 해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는 꼬마때처럼 그림 그리고 노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지난 봄에 기자님이랑 인터뷰 할 때 몸이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그려야겠다고 했었잖아요. 그리고 보니 그때 내 맘이 이랬구나 싶더라고…"
하늘이 있고, 달이 있고, 전깃줄이 있고, 새가 있다. 그냥 푸르면서도 붓질을 따라 바람이 길을 만들고, 구름이 형태를 만들지 않고, 경계를 만들지 않았다. 그냥 하늘이다. 격정적이지도 않고, 노을로 화려하게 꾸미지도 않고, 편안한 얼굴로 마주하고 있다. 살다보면 지루할 것만 같은 일상이 눈물나게 고마운 날도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