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지킴이들은 2015년 12월 29일부터 1060일 넘게 소녀상을 지키고 있다. 다음달이면 만 3년이 된다.
김종훈
경북 상주에서 올라와 800일 넘게 농성장 지켜
청년들은 분노했다. 2015년 12월 28일 합의발표 다음날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에 기습적으로 들어가 '한일합의 폐기'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동시에 소녀상 옆에 농성장을 마련했다. 26일 기준 1063일째다.
세 번의 겨울을 거치며 많은 일이 있었다. 당장 수많은 청년이 여러 이유로 농성장을 지키다 떠났다. 지금은 10여 명의 청년들만 남아 교대로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그중 한 명이 전가람 '희망나비' 전국대표다. 그는 소녀상 농성장이 차려진 지 250일경부터 고향 경상북도 상주에서 상경해 800일 넘게 소녀상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전씨는 "화해치유재단 해산은 분명한 성과"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농성은 화해치유재단을 목적으로 한 것만은 아니"라면서 "한일합의 폐기와 성노예제 공식사죄와 공식배상이 소녀상 지킴이들의 진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은 현실적인 걱정이 앞선다. 네 번째 겨울이 다시 왔다. 전씨는 "또다시 겨울을 나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부터 나온다"며 "많은 분이 박사모의 폭력적인 언행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초리를 걱정하는데 이건 별 문제 아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실제로 소녀상 농성장은 칼바람이 부는 빌딩숲 한가운데 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맞아야 한다. 전기장판과 온열기구, 침낭 등이 2평짜리 비닐 천막에 준비돼 있지만 칼바람 앞에서는 언 발에 오줌누기다.
"2년째 매일 오후 음식 갖다주는 시민도 있어"
소녀상 지킴이들은 버텨냈다. 지난 21일 농성 3년을 바라보는 시점에 전씨는 화해치유재단 해산 소식을 접했다. 큰 힘이 됐다. 이후 시민들로부터 "여러분들 덕분이다"라는 말까지 들었다. 전씨는 "모든 시민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럴 것이 매일 농성장을 찾는 시민들이 있다. 전씨는 "늦은 오후 농성장에 들러 크로켓과 피자, 아이스크림 등을 갖다 주시는 택배아저씨가 있다"라면서 "벌써 2년째 정말로 매일 음식을 건네주고 간다"고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전씨는 "겨울이면 항상 소녀상에 목도리와 장갑이 쌓인다"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목도리와 장갑을 풀어놓고 간다"고 했다. 실제로 농성장 옆에 있는 소녀상에는 시민들이 직접 뜬 양말과 목도리, 모자가 소녀상을 감싸고 있었다. 소녀상의 두 손에는 분홍 국화가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