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에 따르면 주방장 출신 사장은 십중팔구 망하는 반면, 고객 응대를 오래했던 사람은 창업 후 성공률이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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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수백 개의 요식업 창업을 도운 컨설턴트의 내공이 보이는 책이다. 정말로 식당을 개업해 평생직장으로 삼을 예정이라면, 이 책 한 권 정독하는 것은 아주 수지가 맞는 장사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 가득 담겨 있는, 아낌없이 주는 책이다.
쿠폰은 3개를 찍어주고 시작하라든가, 4인분을 시키려는 손님에게 3인분도 충분하다고 말하고 넉넉하게 주라든가, 냉면집에서 만두를 판다면 이익 남길 생각 말고 원가에 주라든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조언이 가득하다. 정말 현장 경험이 묻어나는 조언 아닌가.
저자에 따르면 주방장 출신 사장은 십중팔구 망하는 반면, 고객 응대를 오래했던 사람은 창업 후 성공률이 높다고 한다. 식당 성공의 비결은 요리의 퀄리티보다는 손님에게 만족감을 주는 데 있다.
물론, 이런 조언들은 당장 이익을 남겨야 월세라도 낼 수 있는 상황이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은 장소를 잘 정해야 한다. 식당 창업의 9할은 장소를 확보하고, 그 입지에 맞는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이다.
이제 '월급쟁이보다 많이 버는' 식당을 평생직장으로 가지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자의 조언을 따라가면서 알아보자. 목표는 넘버 원이 아니라 온리 원이 되는 것, 방법은 가격 경쟁이 아니라 원가 경쟁을 하는 것이다.
넘버 원보다 온리 원
넘버 원이 된다는 것은 레드 오션의 매서운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반면, 온리 원은 블루 오션에서 자기만의 시장을 개척하는 일이다. 블루 오션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온리 원, 즉 남들과 차별화되는 아이템을 정했다면 그것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넘버 원도 된다. 더 넓은 범주로 경쟁 범위를 잡아도 앞서 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고정비용, 즉 월세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창업 단계에서는 어떤 아이템으로 온리 원을 추구할지는 미리 정하지 말아야 한다. 저자가 상세하게 소개하는 파주 샤브샤브 맛집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아이템을 정해 놓고 시작하는 것은 난센스다. 파주 샤브샤브집은 처음에 송어회라는 아주 특별한 아이템을 가지고 시작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저자는 창업자에게 묻는다.
"송어회, 작년에 몇 번이나 드셨나요? 저는 평생 한 번 정도 먹은 것 같은데요."
송어회 전문점을 하려면 고객 접대나 회식이 잦은 직장가, 예를 들면 종로나 강남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그걸 누가 자기 돈으로 먹을까? 타기팅도 좋고 틈새시장 공략도 좋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는 어리석음만은 피하자.
식당은 결국 건물이라는 부동산에서 해야 하므로, 장소를 먼저 정해야 한다. 장소라는 선택지는 대단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장소가 정해지면, 거기에 맞게 아이템을 잡아야 한다. 저자는 그 이유가 '관여도' 때문이라고 한다.
'관여'는 '수고'라는 말로 바꿔 쓰면 이해가 쉽다. 관여도가 높다는 것은, 손님이 식당 문을 열기 전에 결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눈에 봐도 엄청나게 비싸 보이는 레스토랑 문 앞에서 위축되는 느낌을 상상해 보자. 관여도가 높다는 것은 바로 그런 느낌이다.
비싸다든가, 주차 공간이 없다든가, 운전해서 나가야 하는 외곽에 있다든가 하는 경우라면 관여도가 높아진다. 반대로 관여도가 낮다는 것은 별 생각 없이 식당에 들어오고,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것이 노점이다. 노점에서는 2천 원짜리 메뉴를 팔지 말아야 한다. 노점의 콘셉트 자체가 별 생각 없이 내키는 대로 이것저것 먹어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넉넉하게 줄 테니 2천 원을 내라는 논리는 노점의 콘셉트를 거스른다. 노점은 최대한 적은 돈으로 여러 가지를 먹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따라서 양을 적게 주더라도 웬만하면 천 원에 맞추는 게 좋다.
관여도는 요인에 따라 다르다. 하나의 식당이라도 요인별로 관여도를 높이고 낮춘다는 말이다. 앞서 예를 든 파주 샤브샤브 식당의 경우, 외곽에 위치하기 때문에 그곳에 가겠다는 마음으로 길을 나서야 하는 점은 관여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반면, 가격이 싸고, 근처에 관광지가 있어 지나가다가 들를 수 있으며, 주차 공간이 넉넉한 점은 관여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관여도를 높이는 경우라면 웬만큼 자신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유명한 맛집이 아니라면 그런 전략은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관여도를 낮추는 것이 1순위 목표여야 한다.
가격 경쟁보다 원가 경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