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4명에게 3인분 권하는 식당이 성공하는 이유

[잡식성 책사냥꾼] 이경태 '평생직장 식당'

등록 2018.12.19 15:36수정 2018.12.1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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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 따르면 주방장 출신 사장은 십중팔구 망하는 반면, 고객 응대를 오래했던 사람은 창업 후 성공률이 높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주방장 출신 사장은 십중팔구 망하는 반면, 고객 응대를 오래했던 사람은 창업 후 성공률이 높다고 한다. unsplash
 
20년 동안 수백 개의 요식업 창업을 도운 컨설턴트의 내공이 보이는 책이다. 정말로 식당을 개업해 평생직장으로 삼을 예정이라면, 이 책 한 권 정독하는 것은 아주 수지가 맞는 장사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 가득 담겨 있는, 아낌없이 주는 책이다.

쿠폰은 3개를 찍어주고 시작하라든가, 4인분을 시키려는 손님에게 3인분도 충분하다고 말하고 넉넉하게 주라든가, 냉면집에서 만두를 판다면 이익 남길 생각 말고 원가에 주라든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조언이 가득하다. 정말 현장 경험이 묻어나는 조언 아닌가. 


저자에 따르면 주방장 출신 사장은 십중팔구 망하는 반면, 고객 응대를 오래했던 사람은 창업 후 성공률이 높다고 한다. 식당 성공의 비결은 요리의 퀄리티보다는 손님에게 만족감을 주는 데 있다.

물론, 이런 조언들은 당장 이익을 남겨야 월세라도 낼 수 있는 상황이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은 장소를 잘 정해야 한다. 식당 창업의 9할은 장소를 확보하고, 그 입지에 맞는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이다.

이제 '월급쟁이보다 많이 버는' 식당을 평생직장으로 가지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자의 조언을 따라가면서 알아보자. 목표는 넘버 원이 아니라 온리 원이 되는 것, 방법은 가격 경쟁이 아니라 원가 경쟁을 하는 것이다.

넘버 원보다 온리 원

넘버 원이 된다는 것은 레드 오션의 매서운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반면, 온리 원은 블루 오션에서 자기만의 시장을 개척하는 일이다. 블루 오션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온리 원, 즉 남들과 차별화되는 아이템을 정했다면 그것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넘버 원도 된다. 더 넓은 범주로 경쟁 범위를 잡아도 앞서 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고정비용, 즉 월세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창업 단계에서는 어떤 아이템으로 온리 원을 추구할지는 미리 정하지 말아야 한다. 저자가 상세하게 소개하는 파주 샤브샤브 맛집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아이템을 정해 놓고 시작하는 것은 난센스다. 파주 샤브샤브집은 처음에 송어회라는 아주 특별한 아이템을 가지고 시작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저자는 창업자에게 묻는다.


"송어회, 작년에 몇 번이나 드셨나요? 저는 평생 한 번 정도 먹은 것 같은데요."

송어회 전문점을 하려면 고객 접대나 회식이 잦은 직장가, 예를 들면 종로나 강남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그걸 누가 자기 돈으로 먹을까? 타기팅도 좋고 틈새시장 공략도 좋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는 어리석음만은 피하자.

식당은 결국 건물이라는 부동산에서 해야 하므로, 장소를 먼저 정해야 한다. 장소라는 선택지는 대단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장소가 정해지면, 거기에 맞게 아이템을 잡아야 한다. 저자는 그 이유가 '관여도' 때문이라고 한다.

'관여'는 '수고'라는 말로 바꿔 쓰면 이해가 쉽다. 관여도가 높다는 것은, 손님이 식당 문을 열기 전에 결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눈에 봐도 엄청나게 비싸 보이는 레스토랑 문 앞에서 위축되는 느낌을 상상해 보자. 관여도가 높다는 것은 바로 그런 느낌이다.

비싸다든가, 주차 공간이 없다든가, 운전해서 나가야 하는 외곽에 있다든가 하는 경우라면 관여도가 높아진다. 반대로 관여도가 낮다는 것은 별 생각 없이 식당에 들어오고,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것이 노점이다. 노점에서는 2천 원짜리 메뉴를 팔지 말아야 한다. 노점의 콘셉트 자체가 별 생각 없이 내키는 대로 이것저것 먹어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넉넉하게 줄 테니 2천 원을 내라는 논리는 노점의 콘셉트를 거스른다. 노점은 최대한 적은 돈으로 여러 가지를 먹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따라서 양을 적게 주더라도 웬만하면 천 원에 맞추는 게 좋다. 

관여도는 요인에 따라 다르다. 하나의 식당이라도 요인별로 관여도를 높이고 낮춘다는 말이다. 앞서 예를 든 파주 샤브샤브 식당의 경우, 외곽에 위치하기 때문에 그곳에 가겠다는 마음으로 길을 나서야 하는 점은 관여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반면, 가격이 싸고, 근처에 관광지가 있어 지나가다가 들를 수 있으며, 주차 공간이 넉넉한 점은 관여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관여도를 높이는 경우라면 웬만큼 자신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유명한 맛집이 아니라면 그런 전략은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관여도를 낮추는 것이 1순위 목표여야 한다.

가격 경쟁보다 원가 경쟁
 
 <평생직장 식당> 표지
<평생직장 식당> 표지새로운제안
 

다른 식당과 차별화하려면, 손님에게 더 주겠다는 마음가짐이 기본이어야 한다. 가격 대비 효용이 높아야 경쟁자를 물리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더 주는 방법으로 대표적인 것이 원가 경쟁이다. 

이 책에 따르면, 식당 요리는 원가율이 35% 이하여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고 한다. 3500원 원가로 1만 원짜리 요리를 판다고 하자. 이때, 차별화를 위해 가격 경쟁을 하려면 요리 가격을 9천 원으로 내려야 한다. 그러면 원가율 35%를 지켜야 하므로, 재료비를 350원이나 덜 써야 한다. 그렇게 되면 겨우 천 원 싸지면서 맛이 대단히 없어질 수 있다.

저자는 그 반대를 제안한다. 차라리 가격을 12000원으로 올려라. 그리고 추가한 2천 원을 모두 재료비에 투하하라. 그러면 요리 1개당 마진은 그대로다. 마진'율'은 내려가지만, 실제로 세후 이익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대신 이제는 원가가 무려 5500원짜리인 호화로운 요리가 된다. 이렇게 원가를 후하게 쓰면 소비자의 만족도가 달라진다. 원가가 50% 이상 올랐는데 다르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호화로운 요리를 겨우 20% 추가 비용으로 먹을 수 있게 된다.

이런 원리는 곁들임 메뉴에도 적용된다. 냉면집이라면 냉면을 팔아 이익을 내야 한다. 곁들여 먹는 만두는 원가율 50~60%로 제공하라. 그야말로 이익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냉면에서 차별화가 되지 않더라도 만두에서 차별화가 된다. 그리고 이것은 입소문으로 바뀐다. 공깃밥은 500원만 받고, 짜장면이나 칼국수 곱빼기는 추가 요금을 받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인심을 후하게 하는 포인트도 중요하다. 용두사미는 뒤끝이 안 좋다. 소비자는 집에 돌아가서 쓴 뒷맛을 기억하면서 블로그에 악평을 남길 것이다. 다소 호화로운 후식을 저가 또는 공짜로 제공하면, 애피타이저나 메인 요리에서 같은 비용을 쓰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 

코르키지도 받지 마라. 식당에서 파는 술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가져와서 마시게 하라. 삼겹살만 파는 고깃집이라면 '목살을 가져오시면 공짜로 구워드립니다'라는 식으로 차별화를 하라. 아이템 하나로 승부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차별화되는 장점을 애써 만들어 놓고, 다른 쪽에서 수익률 만회를 하겠다는 얄팍한 생각을 하면 망하는 지름길이다.

다양한 맥주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주점 프랜차이즈가 있었다. 그런데 이 주점은 안주를 비싸게 팔아 수익률을 만회하려는 전략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 다들 마른안주로 싼 맥주를 마시러 오는데, 비싼 요리 안주를 시키는 고마운 손님을 잘 대접하기는커녕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한 희생양으로 삼고 만 것이다. 원가율이 형편없는 요리 안주를 시키고 실망한 손님은 다시는 요리 안주를 시키지 않을 것이다. 아예 발을 끊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 몫을 시키는 소비자에게 더 많이 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4인분은 3인분에 비해 여러모로 비용이 덜 든다. 따라서 4명이 왔다면 그냥 3인분을 시키라고 하면서, 4명이 먹을 만큼 넉넉하게 주는 것이 포인트다. 남는 돈으로 그들은 곁다리 요리나 주류를 주문할 것이다. 그냥 4인분 값을 받는 경우와 비교해서 절대 수익이 적지 않다. 그런데 서로 기분 좋게 관계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실전 팁을 응용이라도 해보려면 우선 개업을 해야 한다. 개업은 90%가 장소를 정하는 것이다. 관여도를 고려해서, 가급적 쉽게 찾을 수 있고 들를 수 있는 장소에 개업해야 한다. 권리금은 부동산 중개인이 조정해 줄 수 있으니 무조건 월세를 중심 조건으로 해서 장소를 물색하라. 100곳은 둘러보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쇼핑하듯이 여러 중개업소에서 같은 물건을 보는 것도 위험하다. 나중에 들른 중개업자와 계약할 경우, 처음 물건을 소개한 중개인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 한다. 동네에서 장사할 사람을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가 괴롭히는 방법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다른 부동산 중개소에서 소개받은 물건이라면, 그냥 계약 조건만 확인하고, 건물 안을 둘러보지는 말아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평생직장 식당 - 월급쟁이보다 더 버는

이경태 지음,
새로운제안, 2015


#잡식성 책사냥꾼 #<평생직장 식당> #온리 원 #원가 경쟁 #관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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