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형 혁신부장에게 학교 업무를 배우고 있는 '교사 조희연'.
서울교육청
그렇다면 조 교육감만의 복안은 무엇일까?
"학생인권과 학교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굳건히 하면서도 교권을 강화하는 복합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봤다. 진보적 관점에서 교권과 교사의 교수권이 설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그동안 진보교육감은 '학생인권', 보수교육감은 '교권'을 강조해 왔다. 그래서 조 교육감에게 "기존 '학생인권 강화'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이냐"고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과거 보수시대로 회귀하자는 것은 아니다. 학교 현장이 단일 방정식이 아니라 복합 방정식이구나 생각하게 됐다. 너무 단순하게 현실을 보지 말아야겠다.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도 찾아야 하는데, 이건 복합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교실 속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진보적인 교권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조 교육감은 아직 '복합적 해법'을 찾지 못한 듯하다. 하지만 그 방법이 서울시교육청 정책으로 새해엔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보교육감으로선 나오기 쉽지 않은 색다른 정책일 것이다.
사실 서울에 있는 무수한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 등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쏙쏙 빼갔다. 그러다 보니 일반고엔 이른바 '남겨진' 학생들만 남아 있게 된 구조적 문제도 있다.
A고가 올해 처음 적용한 생활지도 방법은 상벌점제를 폐지하고 성장쪽지 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성장쪽지제는 활동을 잘한 학생에겐 칭찬쪽지를 주고, 잘못한 학생에겐 성장쪽지를 주는 제도다. 성장쪽지를 받은 학생에게 징계를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상벌점제도'와 다르다.
이 학교는 올해부터 여느 학교와 달리 핸드폰을 일괄 수거하지도 않았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학교 교사들은 이런 생활지도 방식 지속 여부에 대해 12월 들어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 모습을 '교사 조희연'도 옆에서 지켜봤다.
교사들의 난상토론 지켜본 조희연 "이것이 최첨단 논의"
조 교육감은 지난 30일 오후 교사 간담회에서 "성장쪽지제가 상벌점제를 대체하지 못하는 공백지점이 있다"면서 "상벌점제와 성장쪽지제 어느 것을 결정하든 그 논의야말로 한국 고교 현실에서 최첨단 논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학교 교사들은 자체 논의 끝에 표결했는데 '성장쪽지제 유지 방안'이 약간 많은 표를 얻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