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유에 효과적인 그림스케치북에 색연필로 가슴을 그린 후 우는 얼굴을 그림
우리
"이제 쭈쭈하고 안녕, 해야 한대. 네가 너무 오래 먹어서 쭈쭈가 힘든가 봐."
이 그림을 한 번 보여주고 아기를 이해시켰다. 워낙 고집이 센 아이라서 무슨 이런 거로 과연 단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정말 효과 만점이었다. 그림을 보여준 그 날 저녁부터 다음 날 저녁까지 아이가 젖을 찾긴 했지만 금세 포기했다.
"안 먹어. 아야, 호!"
아이는 내 가슴으로 다가오다가도 스스로 손을 내저었다. 단유 3일째. 유축기로 계속 젖을 빼내고 젖이 또 불까봐 집에 있는 항생제 한 알을 먹은 후 모유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들은 식혜와 홍삼을 먹었다.
아이는 젖을 찾다가도 "엄마 아야해" 하며 먹지는 않았다. 그런데 자꾸만 내 팔다리를 혀로 날름거렸다. 젖을 못 먹는 허전함을 스킨십으로 풀었다. 단유 6일째, 아이는 젖을 보고도 만지기만 했다.
생후 21개월 만에 원피스를 입고 아기와 외출하는 데 성공했다. 단유를 해도 너무 매몰차게 젖을 끊지는 말고 아이가 원할 때 간식처럼 주라는 말도 있어서 천천히 하자고 마음먹은 걸 이제야 이뤄낸 셈이다. 수유를 하는 동안에는 젖을 먹여야 하니 풍덩한 티셔츠에 바지만 입고 다녔다. 예쁜 원피스는 꿈도 꾸지 못했는데 드디어 소원을 이루었다.
단유를 하고 나서는 아이의 낮잠을 재우기가 힘들었다. 항상 그러지는 않았지만 아이는 2시간 반 동안 졸려 하는데도 계속 칭얼대며 엄청나게 울었다가 놀았다가를 반복했다.
아이가 하도 칭얼거리는 통에 젖을 보여주기만 하려고 수유복을 입었더니 아이는 무지 반가워하면서 내 가슴을 쓰다듬었다. 그래도 입부터 내밀어 빨려고 달려들지는 않고 살짝 뽀뽀만 하고는 "아파" 하면서 제 입을 뗐다. 내 가슴을 톡톡 치면서 입을 하마처럼 '아' 벌려서 물려는 시늉을 하면서도 진짜 빨려고 하지는 않았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아이는 감정 조절 능력이 뛰어났던 것이다. 그동안 아이가 놀라거나 화날 때면 내 가슴을 찾고 의지해서 제 감정을 좀처럼 조절하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었다. 고마운 우리 아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먹는 엄마의 모유, 아이에게는 첫 식사이자 첫사랑이다. 엄마의 가슴과 이별하는 것은 아이에게 어려운 일이므로 더 뜨거운 가슴으로 아이를 안아 달래야 한다.
모든 이별에 후유증이 따르듯이 아이도 단유를 하며 후유증을 앓았다. 단유 이후 아이에게는 내 팔꿈치를 만지는 버릇이 생겼다. 팔꿈치의 말랑말랑한 촉감이 가슴과 비슷해서 안도감을 주는 것 같았다. 아이는 불안해도, 기분이 좋아도 툭하면 내 팔꿈치를 만진다. 자기 식으로 '팔꿈치' 노래까지 부른다.
"엄마 팔꿈치! 치! 치! 엄마 팔꿈치 좋아."
지금도 아이는 잠자리에서 꼭 엄마 팔꿈치를 만져야만 잠들고, 잠결에 아빠 팔꿈치라도 대주면 단박에 알아채고는 신경질을 부린다. 생후 21개월부터 생후 62개월이 넘도록 아이의 팔꿈치 사랑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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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 보여줬더니, 아이가 한 번에 젖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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