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원바기오 어학연수원 모습
신한범
셋째,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기숙사 다인실을 사용하는 연수생들은 국적이 다른 학생끼리 같은 방을 배정한다. 동료와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기간과 비례하여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가 이루어진다. 적극적인 학생들은 방과 후에 교사들과 어울려 취미 활동을 함께하며 영어 공부에 몰입한다.
그렇지만 나는 나이 어린 동료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 1인실을 사용했다. 성격도 내성적이어서 다른 연수생들과 살갑게 가까이 지내지 못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으니. 자연히 말하고 듣는 기회가 적을 수밖에.
어느덧 육십이란 나이가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지나고 나서야 후회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지만 버킷리스트에 있었던 어학연수를 떠난 것만으로도 의미 있겠지. 세상에는 마음이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어학연수를 떠나던 날, 70대 택시 기사님이 나에게 하신 말씀이 가슴에 여운으로 남는다.
"나이 육십이 되면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다를 것이 없고, 칠십이 되면 가진 사람이나 못 가진 사람이나 같습니다."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기 방식대로 세상을 살라는 말씀이 아닐까. 필리핀 어학연수는 끝났지만 남은 인생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가고 싶은 곳을 다니며 살고 싶다. 설령 끝나고 나서 후회가 있더라도.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4
2018년 3월 자발적 백수가 됨. 남은 인생은 길 위에서 살기로 결심하였지만 실행 여부는 지켜 보아야 함.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