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경실련, 녹색교통운동, 환경운동연합 대표자들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신규사업 예비타당성 검토 면제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토건 적폐 회귀"라는 격한 반응까지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녹색교통운동은 이날 낸 성명서 제목을 아예 '문재인 정부의 토건적폐 경기부양을 규탄한다'로 붙였다.
경실련은 "촛불정신을 계승한다는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이 과거 토건적폐로 비판했던 이명박 정부의 예타면제를 따라 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 정부가 애초 5개이던 예타면제 항목을 10개로 늘렸던 것을 비판했으면서도 이를 최대한 이용하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예타 면제 사업 중 적지 않은 사업이 민자사업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데, 타당성이 없는 사업에 민간 사업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재정지원 증가나 비싼 요금 등 특혜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재정사업으로 추진되어도 건설과 유지보수, 운영을 위해 막대한 혈세투입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도 "국내총생산 대비 토목∙건설사업에 과도하게 세금을 쏟아붓는 정책은 한국의 산업경쟁력 제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묻지마식 토건 재정 확대로 경기부양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수년 뒤 문재인 정부의 실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선정되지 못한 수원시 등 다른 지자체들도 반발하고 있다. 당초 정부가 예타신청을 받은 사업 규모는 68조 7000억 원. 이 가운데 3분의 1 수준만 채택됐으니,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수원시는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에서 제외되자 "수원시민들에게 좌절감을 넘어 엄청난 분노를 안겨주었다"며 "정부는 신분당선 연장사업에 대한 구체적 실행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포항이 지역구인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도 정부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경상북도가 1순위로 제출한 영일만대교 건설사업이 예비타당성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원시 등 일부 지자체도 반발
사실 이번 예비타당성 면제 결정은 정부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총 23개 사업에 대한 일률적인 일자리 창출, 생산 유발 효과를 산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일자리와 경기 등 목표 수치를 정할 경우, 그 자체로 부담이 될 수 있음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향후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정부는 원칙도 버리고 결과도 얻지 못하는 꼴이 된다. 20조에 달하는 사업에 특혜를 주면서 파생 효과조차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시민단체 등의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게 뻔하다. "토건 경제냐, 아니냐"를 두고 해묵은 논쟁도 또 다시 불거지게 된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은 개별 사업이 대규모 적자를 내거나 사업 진척이 이뤄지지 않을 때마다 정부의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예비타당성 면제 결정에서 소외된 지자체들의 반발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도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