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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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의 화관법에서는 화장품법, 약사법, 식품위생법 등 다른 법의 적용을 받는 십여 가지의 경우가 적용 제외 대상이며, 화학물질을 다루는 연구실 종사자는 '연구실안전법'³⁾ 적용 대상이다. '화학물질관리'라고는 하지만 실질적 관리는 분야에 따라 법령도, 소관 부처도 제각각인 상황이다.
산업 공정에서 노동자들이 노출되는 화학물질과 일반 국민들이 접하는 화학물질은 전혀 다른 것인가. 생산·제조 현장에서 다뤄지는 화학물질에 대한 평가와 관리가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노동자들이 제대로 보호받는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그뿐이겠는가. 거꾸로 생활 속의 다양한 화학물질에 노출되면서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다면, 바
로 그 생산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어떨까.
한국의 화관법에는 노동자 보호 관련 규정이 거의 없다. '제14조 취급자의 개인보호장구 착용' 조항이 눈에 띄는 정도다. 정부가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와 통계를 수집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관련한 사업주의 의무, 화학사고 발생 시 대책 등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하위 시행령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반면 독일의 유해물질관리 시행령에는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유해물질취급 업무시 위험성평가를 수행하고 필요한 안전조치가 강구된 이후에 재개해야 한다(제7조 사업주의 기본의무)', '사업주는 작업복과 평상복을 별도로 구분해 보존하도록 조치하고 오염된 작업복을 세탁해야 한다(제9조 추가적인 보호조치)' 등이 눈에 띈다.
가장 인상적인 항목은 노출 기록에 관한 것이다. 발암성, 생식세포 변이원성 또는 생식독성 유해물질 취급 업무에 대해 사업주는 노동자가 노출된 기간과 강도를 포함한 기록을 업데이트한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것을 노출 종료 후 40년간 보존해야 하며, 고용 관계 종료 시에는 노동자가 종사했던 업무에 대한 부분을 발췌해 인도해야한다(제14조 취업자에 대한 교육 및 지도).
이런 내용은 국내 화관법은 물론 산안법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산안법과의 중복을 고려하더라도, 화관법에서 노동자 보호에 있어 원칙적인 내용이라도 화관법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의 화관법 역시 독일의 화관법과 마찬가지로 유럽의 REACH⁴⁾를 참고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명시된 목적대로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것에 충실해 보일 뿐, 국민의 건강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제각각 흩어져 있다. 그 사이사이 틈새는 잘 메워져 있는 것일까.
※ 각주
1) 화학물질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한편, 화학물질로 인하여 발생하는 사고에 신속히 대응함으로써 화학물질로부터 모든 국민의 생명과 재산 또는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시행일 2018.11.29)
2) 독일의 연구실 종사자는 산안법 적용 대상이기도 하나, 한국은 그렇지 않다.
3)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4) 유럽연합(EU)의 유럽화학물질관리규정(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sation & Restriction of Chemicals, R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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