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 재료수제비에 들어갈 주꾸미, 밀가루 반죽, 애호박 등등 재료입니다.
임용철
각설하고, 이제 아이들을 위한 수제비를 만들 시간이다. "아빠 수제비 언제 해줄 거야?" 토요일 오후 퇴근하자마자 딸아이가 물었다.
"응? 그게 김치 칼국수 한 지 얼마 안 돼서... 다음 주에 하려고 생각하는데."
밀가루 반죽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선뜻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먹고 싶은데, 그냥 오늘 해주라. 응?"
"그거 밀가루 반죽해서 하루 정도는 냉장고에 숙성을 시켜야 먹고 나서도 배가 안아프다고 치과 실장님이 귀띔해줬어."
시간차 방어를 시도했다.
"그럼 내일 저녁에 수제비 해주면 되겠네. 우리 예전에 많이 먹던 낙지항아리수제비 참 맛있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가 딸아이를 거든다.
"내일?"
"그럼 여보 일단 수제비 반죽부터 해놔."
아내의 채근에 나는 맥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밀가루 반죽하는 방법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밀가루에 달걀 두 개를 깨트려 넣고 올리브유 약간에 소금을 넣어 밑간하고 숟가락으로 조금씩 섞어준다.' 반죽에 식용유나 올리브유를 넣어주면 면에 찰기가 생기고 삶았을 때 불지 않는다.
근데 왜 달걀 물을 넣어 반죽을 치대는 걸까? 이유가 궁금해졌다. 수제비를 끓일 때 반죽에서 전분이 흘러나와, 반죽이 흐물흐물해지고 국물이 걸쭉해지기 쉬운데, 달걀 물을 넣어주면 끓여도 반죽이 퍼지지 않고 쫄깃쫄깃하다. 감자를 갈아 넣는 방법도 같은 맥락이다.
위에서 준비된 밀가루에 2/3 컵 정도의 물을 조금씩 넣어 손으로 치대 가며 반죽했다. 치과 진료실에서 환자 입안에서 본을 뜰 때 자주 쓰는 알지네이트라는 재료가 있다. 생긴 게 밀가루랑 비슷하다. 이 재료를 섞을 때는 혼수비(물/분말 혼합비율)를 잘 지켜야 한다. 너무 묽으면 환자 입안에서 쉽게 흘러내려 조작이 불편하고 쉽게 찢어진다. 너무 되면 빨리 굳어버려서 입안에서 재료를 조작할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밀가루에 물을 조금씩 넣으면서 섞다 보니 생각이 났다.
육수를 내기 위해 다시마와 멸치, 양파 한 개를 넣고 20분 이상 끓였다. 멸치는 손질하지 않고 그냥 넣었다. 멸치 안에 검은색 내장을 제거해야 쓴맛이 덜하다는데, 그 점을 간과했다. 손질한 멸치를 달궈진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볶아주면 비릿한 맛을 없앨 수 있어 금상첨화다.
다시마와 멸치를 한꺼번에 넣고 육수를 끓인 점은 아쉽다. 다시마는 오래 끓이면 좋지 않으니 10분 미만에서 꺼내야 한다고 한다. 얼른 '검색 신공'을 발휘해본다. 다시마를 오래 끓이면 국물에서 일간신이라는 끈적한 물질이 나오는데, 이게 국물을 탁하게 하고 쓴맛을 내기 때문이다. 다시마를 넣고 물을 끓이다가 물이 끓으면 다시마를 제거하고 볶아놓은 멸치를 넣어 끓여서 육수를 완성한다. 육수 하나를 내는 데도 정성이 필요하다.
치과 환자들의 입안에서 이가 부분적으로 없거나 하나도 없는 경우, 부분 틀니나 완전 틀니라는 보철물이 필요하다. 틀니는 일회성 방문이 아니라 여섯 번 이상 치료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정밀한 치료다.
진료실에서 본을 뜨는 재료가 태생적으로 가진 수축과 팽창의 오차부터 시작해서 틀니를 제작하는 기공소에서 생기는 오차들이 단계별로 누적이 되다 보면 최종적인 결과물의 오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일어날 수 있는 오차의 범위까지 고려하며 보철물을 제작해야 한다. 음식의 풍미를 좌우하는 육수도 다를 바가 없었다.
'맛있는 육수를 만들어 내는 과정도 작은 부분까지 정성 들여 챙기지 않으면 안 되는 거구나'. 또 하나 배웠다.
수제비에 들어갈 애호박, 표고버섯, 대파, 고추, 마늘, 감자와 주꾸미를 준비했다. 아내가 낙지항아리수제비를 먹었던 기억을 소환하는 통에 낙지 대신에 주꾸미를 한 팩 샀고 감자는 빨리 익히기 위해 채를 썰어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