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시작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제2 북미정상회담장인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찬에 앞서 만나고 있다.
백악관 트위터
260일 만에 만난 미국과 북한의 정상은 친근함을 표시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일 거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양 정상 모두 말 속에 뼈를 담아 서로의 요구사항을 표출했다.
27일 오후 6시28분(현지시각, 한국시각으로 오후 8시28분)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다시 만난 북미 양 정상은 악수를 나눈 뒤 친근함을 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왼팔로 가볍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등을 두드리며 말을 건넸다.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이야기를 하면서 오른팔로 트럼프 대통령의 왼팔을 감싸는 제스처를 취하며 웃었다.
지난해 6월 1차 정상회담 당시엔 트럼프 대통령이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우는 등 일방적으로 친근한 제스처를 취했다면, 2차 정상회담에선 김 위원장 또한 친근함을 표시하려 노력하는 분위기였다.
사진촬영 뒤 기자들이 자리를 뜰 때에 김 위원장은 좀 더 편한 자세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부 비판을 언급한 이유
하지만 양 정상은 모두발언에서 조금씩 뼈를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1차 정상회담에 대한 외부의 비판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성공적인 1차 정상회담을 했다, 저는 굉장히 성공적인 회담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물론 일각에선 '조금 더 빨리 속도를 냈으면 좋겠다' '조금 덜 만족스럽다'는 평도 있었다"고 말했다. 제1차 정상회담(싱가포르 회담)에 대해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이 없다'는 미국 언론과 야당의 비판을 언급한 것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1차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태껏 '이전 정부는 여태까지 뭘 했느냐'고 되받아쳤던 그가 정상회담 자리에서 외부의 '속도가 느리다'는 취재의 비판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제1차 정상회담 수준의 합의에 머물러선 안된다는 요구를 은근히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언론과 야당도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비핵화 합의가 이번에는 나와야 한다는 뜻을 '일각의 비판'을 빌어서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고민과 노력, 인내"의 속뜻
김정은 위원장도 우회적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었다. 김 위원장이 "불신과 오해의 눈초리도 있고 적대적인 것들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 했지만"이라고 말한 부분이다.
김 위원장은 제1차 정상회담 이후 현재까지의 기간을 "어느 때보다도 많은 고민과 노력, 인내가 필요했던 기간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북미 고위급회담이 지난해 11월 한차례 무산됐다가 올해 1월 중순 재개돼 다시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까지 북측으로선 '고민과 노력, 인내'가 깊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등이 '리비아식 모델'을 언급하면서 일방적인 북한 무장해제를 주장하는 등 북측으로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무조건 신뢰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는 점을 함축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1차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은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랬던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이겨태고 이 자리까지 왔다"면서 스스로의 노력을 부각시켰다면, 이번 회담에선 외부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부각시켰다고 볼 수 있다.
두 정상의 속뜻을 생각해보며, 양 정상의 첫 만남 모두발언을 다시 들어보자. 발언은 김 위원장이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나중에 했다.
김정은 위원장 "불신과 오해의 눈초리들도 있고 적대적인 것들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고 했지만, 우리는 그걸 잘 극복해서 다시 마주 걸어서 260일 만에 여기 하노이까지 걸어왔다.
생각해보면 어느 때보다도 많은 고민과 노력 그리고 인내가 필요했던 그런 기간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 보다 모든 사람들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 확신하고 또 그렇게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트럼프 대통령 "우선 이 자리에 함께 할 수 있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 김 위원장과 이 자리를 가질 수 있어 영광이다. 베트남이 우리를 위해 레드카펫을 펼쳐줬다.
우리는 성공적인 1차 정상회담 가졌다. 저는 굉장히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조금 더 속도를 냈으면 좋겠다며 덜 만족스럽다는 평도 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1차 정상회담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1차 회담 이상으로 성공적이고 또 많은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관계는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차례 얘기하는데 북한은 굉장히 경제적인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한한 경제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정말 놀라운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굉장히 고대한다.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고 저희도 그 부분을 많이 돕겠다.
감사하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 만찬장으로 이동하고 내일 다양한 회담이 잡혀있다. 내일 기자회견에서 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