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인 노무사'직장갑질119'를 지키는 최혜인 노무사.
최혜인
"'기업이 살아야 국민도 잘 산다'는 식의 표어 속에 인권 침해가 용인되었듯, 직장 갑질 역시 잘못된 인식에 근원이 있다."
한국 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과 '직장갑질119'에서 공인노무사를 맡은 최혜원 노무사는 "직장 갑질이야말로 심각한 우리 사회의 병폐"라고 지적했다.
최 노무사는 "대한민국에 있는 100개의 회사 중 35개에서 불법과 괴롭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조사를 통해 알아냈다"며 "직장 갑질이라는 게 성격이 이상한 사장 때문이거나 인간관계 불협화음에서 발생하는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걷어 내기 어려운 곰팡이처럼 한국 사회에 넓게 퍼져있다"고 말했다.
최혜인 노무사는 직장 내에 만연해 있는 갑질 현상을 조목조목 사례를 들며 설명하고, 아울러 불의한 갑질을 바라만 보거나, 버티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서면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걷어내기 어려운 곰팡이처럼 한국 사회에 퍼진 갑질"
- 우리 사회의 갑질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2018년 11월, '직장갑질119'는 전국의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직장 갑질 지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18년 대한민국 직장 갑질 지수는 35점으로 나왔다. '100점 만점에 35점이면 별로 높은 게 아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지수를 측정한 문항들을 살펴보면 심각한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지수 문항들은 '기본적인 노동법 위반 여부'와 '비합리적인 괴롭힘이 있는지'에 대한 것들이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0점이 나와야 한다. 35점이라는 점수는 대한민국에 있는 100개의 회사 중 35개에서 불법과 괴롭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 갑질이라는 게 성격이 이상한 사장 때문이거나 인간관계 불협화음에서 발생하는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걷어내기 어려운 곰팡이처럼 이미 한국 사회에 넓게 퍼져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제왕적 갑질 현상이 직장 내 왜 만연하다고 보는지?
"2018년 5월 14일, 중앙일보는 <'물벼락 갑질'에서 시작된 대한항공 오너일가 전방위 수사, 왜?>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질문의 답은 기사 제목 속에 있다. 바로 '오너'라는 표현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오너'라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owner'는 소유주, 즉 주인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다.
대한항공의 주인이 조양호 회장이라면, 한국의 주인은 문재인 대통령일까?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한 기업의 대표를 쉽게 '주인'이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쓰는 언어에는 인식이 담긴다. 갑질을 하는 사람은 "내가 회사의 우두머리니 이 정도는 할 수 있지"라는 위험한 생각을 하고, 갑질을 당하는 사람은 "회장 정도 되니깐 그러려니 할 수밖에"라는 안일한 생각을 한다.
그러는 사이 직장 내 권력은 쉽게 남용되고 어느 순간 범죄로까지 이어진다. '기업이 살아야 국민도 잘 산다'는 식의 표어 속에 인권 침해가 용인되었듯, 직장 갑질 역시 잘못된 인식에 근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 '직장갑질119'에 신고나 제보된 건수는 지난해 얼마나 되나?
"'직장갑질119'가 출범한 2017년 11월 1일 이후로 지금까지 약 7000여 개의 이메일 상담이 접수됐다. 실시간으로 운영되는 오픈 채팅방 상담은 건수를 집계할 수 없지만,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쉼 없이 상담을 요청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임금과 잡무지시, 직장 내 괴롭힘이 절반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