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지실마을 풍경. 어린 시절 송강 정철이 살면서 오가던 골목이다.
이돈삼
가사문학의 중심이 담양군 가사문학면 지곡리 지실(芝室)마을이다. 창계천(증암천)을 사이에 두고 행정구역이 광주광역시 북구 충효동과 나뉜다. 창계천에는 옛날에 진분홍 배롱나무 꽃이 지천이었다고 '자미탄'으로도 불린다.
한국가사문학관과 식영정, 서하당과 부용당이 지실마을에 속한다. 정철의 〈성산별곡〉 무대가 된 성산과 장원봉, 효자봉, 열녀봉이 감싸고 있는 마을이다. 이곳에 조선의 많은 선비들이 모여 살았다. 성산(별뫼) 주변의 절경을 노래한 식영정 18경을 낳은 곳이기도 하다.
송강 정철(1536-1593)은 사촌 김윤제의 문하에서 공부하고 벼슬길에 나서기 전까지, 청년 시절을 여기서 보냈다. 김윤제는 환벽당의 주인이다. 1547년 양재역 벽서사건으로 유배된 아버지가 해배되면서 이곳으로 내려온 16살 때부터다. 정철은 김윤제, 양응정의 문하에서 가르침을 받았다. 면앙정과 환벽당, 식영정, 소쇄원을 무대로 송순, 임억령, 양산보, 김성원, 기대승, 고경명 등 당시의 명사들과도 가까이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