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의원총회 소집한 나경원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해 선거법 패스트트랙과 공수처 설치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성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논쟁은 급기야 극단적 수사를 동반한 정치 공방전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민주평화당이 반민특위가 국론 분열을 초래했다고 언급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토착왜구"라 비판하자 한국당이 법적조치를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평화당은 "토착왜구의 사실관계 입증에 혼신을 다하겠다"며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점입가경이 따로 없는 뜨거운 설전의 진앙지는 나 원내대표다.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일 행위를 하고도 독립운동자 행세를 하는 가짜 유공자는 가려내겠다고 하는데, 마음에 안 드는 역사적 인물에 대해 친일 올가미를 씌우는 것이 아닌가",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을 모두 기억하실 것이다. 또 다시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해달라"고 말한 것이 빌미가 됐다.
발언의 파장은 컸다. 나 원내대표가 국가보훈처의 '친일 독립유공자 가려내기' 작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반민특위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폄훼하고 부정하는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과 역사학계, 독립유공자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민특위는 일제에 적극 협력했거나 독립운동가 등을 고문·박해했던 친일부역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설치됐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은 친일부역세력을 청산하는 대신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삼았다. 결국 친일부역자 청산과 단죄를 목적으로 출범한 반민특위는 이승만 정권의 조직적 방해와 친일부역세력의 반발에 가로막혀 1년 만에 좌초되고 만다.
반민특위 때문에 국론이 분열됐다는 나 원내대표의 주장은 이같은 역사적 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나 원내대표의 역사인식이 사실 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을 뿐 아니라 친일부역세력의 친일청산 반대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화당이 나 원내대표를 가리켜 "토착왜구"라 비난하고 나선 배경이다.
역사적 사실과 다른 나경원의 주장... 평화당 "토착왜구" 비판
문정선 평화당 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에서 "괜히, 우연히 자위대 행사에 참석한 게 아니었다"며 "나경원은 토착왜구라고 하는 국민들의 냉소에 스스로 커밍아웃했다"고 꼬집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 대변인은 한국당을 향해서도 "반민특위를 악랄하게 저지해서 친일파를 보위한 자들이 누구인가"라며 "자유한국당은 명실상부한 자유당의 친일정신, 공화당, 민정당의 독재 DNA를 계승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문 대변인은 "국민을 분열시킨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친일파들이었다"며 "실패한 반민특위가 나경원과 같은 국적불명의 괴물을 낳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다시 반민특위를 만들어서라도 토착왜구는 청산돼야 한다"며 "토착왜구 나경원을 역사의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의 역사인식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지적하자 "한일관계가 일본의 보복 문제로 악화되고 있는데 과연 우리 정부는 현명하게 대응하고 있느냐"며 "불필요하게 일본을 자극한 것 아니냐"고 각을 세운 바 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비판이 쇄도했다. 역사학자인 전우용 교수는 페이스북에 "1909년 12월, 매국단체 일진회는 '안중근이 이토를 사살하여 일본 여론을 자극함으로써 나라가 망하게 되었다'며 '합방청원서'를 발표했다. 이들이 '토착왜구의 원조'"라며 "110년이 지났는데도, '원조의 정신'은 살아있다"고 적어 화제가 됐다. 아베 내각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나 원내대표를 매국단체인 일진회에 빗대 비판한 것이다.
최근 나 원내대표는 잇따른 설화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10일 여야 5당의 합의를 파기하고 비례제 폐지를 주장해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은데 이어, 12일에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습니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십시오"라고 말해 본회의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17일에는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에 합의하자 이를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조정법 등 3대 날치기 악법은 민주당 2중대를 만들고 청와대가 검·경을 장악해 독재를 하겠다는 것으로 이것이 좌파 장기집권 플랜"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특히 공수처와 관련해서는 "이제는 대통령 직속 수사기관을 하나 더 만들어서 이 정권 비판세력을 완전히 짓누르겠다는 것으로 대한민국판 '게슈타포'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거침없는 언행 이어가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