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참석자들5.18 정신 폄하 발언 규탄 회개촉구 시국기도회의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정병진
여수의 한 대형교회 목사가 3.1절 백주년기념예배 때 "5.18 민주화운동은 '폭력'이라 자랑할 게 못된다"고 언급해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NCC), 오월어머니집을 비롯한 여러 기독교 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21일(목) 오후 2시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NCC), 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NCC) 등 여러 단체는 여수은파교회 앞에서 "고만호 목사 5.18 폄하 설교 회개와 공개사과 촉구 시국기도회 및 규탄대회"(
youtu.be/mzsMcKO-FYw)를 열었다.
고만호 목사(여수은파교회)는 지난 2월 24일(일) 3.1절 기념예배 설교에서 "삼일운동은 비폭력 정신으로 일관"했으나 "5.18은 민주화운동이긴 하지만 끔찍한 폭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기고 털어서 총 들고 나갔고, 폭탄을 도청 안에다 어마어마하게 장치를 했으며, 교도소를 막 습격했다.... 어떤 이유로 해서든지 폭력은 자랑할 것이 못된 것이다"며 5.18 민주화운동 과정의 시민군 폭력성을 부각했다.
이에 대해 '고만호 목사 5.18 망언설교 회개촉구 대책위원회'(위원장 장헌권 목사),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아래, 광주NCC), 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전남동부NCC), 오월어머니집 등 60여 개 단체는 고만호 목사의 공개 사과와 회개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5.18 관련) 고만호 목사의 발언은 역사적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고, 역사의식이나 광주시민들의 경험과 기억, 5.18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도 배치된다"며, 크게 다음 네 가지 질문을 던지며 성실한 답변을 요구하였다.
첫째 5.18민주화운동은 계엄군이건, 시민들이건 '폭력'이 문제였는가?
둘째 고만호 목사는 (시민들이) "교도소를 막 습격했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근거가 있는가?
셋째 "요즈음 한국의 시위는 외국인이 '전쟁 난 것 같다' 할 정도로 과격하다"고 언급했는데, 고 목사는 이런 사실을 직접 확인했는가?
넷째 고만호 목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직접 최루탄 가스 마시면서 당시 현장에 있던 피해자 중의 한 사람"이라 말하는데, 최루탄 가스를 마셨으면 5.18 피해자인가?
이어 고만호 목사는 3월 말까지 주일 예배 설교에서 5.18 폄하 발언을 사과하고, 매년 5.18 추모예배를 실시하라, 5.18 단체(부상자동지회, 유족회, 5.18 재단 등)를 만나 사과하라는 등의 요구를 하였다.
21일 오후 2시 기도회 설교를 맡은 장헌권 목사(고만호 목사 5.18 망언 설교 회개와 공개사과촉구대책위 위원장)는 "광주 오월의 정신은 정의의 정신이고 불의에 항거한 공의의 정신인데, 5.18 민주화운동을 마치 폭도들이 한 것처럼, 폭력을 사용한 것처럼 어떻게 거짓말로 설교를 할 수 있겠느냐"며 고만호 목사의 5.18 폄하 설교의 잘못을 꼬집었다. 그는 전두환 씨가 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으로 광주 법정에 온 날에 쓴 시를 읽고서 설교를 마무리하였다. 다음은 장 목사가 읽은 시의 일부이다.
망월동에서 보낸 편지
칼바람 불어오는 혹독한 세월
억울한 주검들이
도란도란 누워있다
손꼽아 기다리는
우리는 또다시 폭도가 괴물이 되었다
광주 눈물비가 내리는 동안
학살자가 또 광주를 쏘았다
너무 태연한 민낯에 어린 학생들
교실 안에 물러가라 외치는 소리
침묵의 봄꽃으로 다시 피어나
피의 함성으로
무등산 새벽을 깨운다
길가에 주저앉아 울부짖는
오열하는 오월 어머니의 고통을
누가 알겠느냐
봄은 어차피 저 어머니의 눈물을
머금으면서 오고 있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