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암의 모습
이경호
여경암 뒤편에 크기가 작아 귀여워보이기 까지 하는 산신당이 있었다. 오래 자란 느티나무 아래 지어진 모습에 참가자들은 모두가 이렇게 작은 산신당은 처음이라며 감탄했다. 여경암, 거업제, 산신당이 같은 자리에 있다. 불교, 유교, 도교가 한자리에 위치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을 나와 우리는 안동권씨 종가로 향했다. 종가에 다다르자 작은 4각의 초가정자가 나타났다. 문중에서 설치한 정자가 초가인 것이 매우 특이했는데 실제 가까이에서 더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4각의 모든 방향에 이름을 다르게 지어 놓은 것이다.
먼저 남쪽의 광영정(光映亭)은 함께 조성한 연못에 그림자가 비치는 정자란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동쪽엔 수월난(受月欄)은 달빛을 받아들이는 난간이라는 의미로 달이 뜨는 모습을 담을 수 있어서 지은 이름으로 보였다. 서쪽엔 관가헌(觀稼軒)으로, 농사짓는 들을 바라볼 수 있는 의미를 담았다. 북쪽엔 인풍루(引風樓) 바람을 받아 들이는 누각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정자에 앉아 바라본 모습을 상상하며 이름을 지어 놓은 것이 비록 초가정자지만 운치위 정취를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
박 대표는 정자의 광영정의 의미를 설명하며 중국의 학문에서 가져와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김삿갓이 떠오른다며 시를 한수 읊었다.
四脚松盤粥一器(사각송반죽일기)
사각 솔소반 죽 한 그릇 안에
天光雲影共徘徊(천광운영공배회)
하늘빛 구름 그림자 함께 감돌고
主人莫道無顔色(주인막도무안색)
주인은 조금도 미안해 마시게
吾愛靑山倒水來(오애청산도수래)
나는 물에 넘어져 오는 청산을 좋아 한다오
우리나라의 김삿갓의 시조랑 정자가 잘 어울린다는 박 대표의 설명에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호응했다. 문화적 해설이 곁들여진 걷기모임은 종가에서 마무리됐다. 3km 내외의 짧은 거리를 3시간 동안 걸었으니 정말로 유유자적 걸었던 모임이었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문화연대는 5월에는 유등천 상류를 걸으며 하천의 생태와 생명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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