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가 사는 세상>의 한 장면
인디스토리
지난 주말의 일이다. 인도 위를 걷던 도중 같은 방향으로 천천히 달리던 자전거 한 대가 반대편에서 쏜살같이 달려온 배달 오토바이 때문에 이를 피하려다가 앞으로 고꾸라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자전거 운전자는 얼굴 부위가 바닥에 먼저 닿는 바람에 찰과상을 입었고 다리까지 다쳤다.
사실 배달 앱 시장이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이전부터 인도 위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는 보행자에게 늘 위협적인 존재였다. 비단 이번처럼 직접적인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해도 인도 위를 아슬아슬하게 곡예운전하는 오토바이를 그동안 숱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이제 인도는 보행자의 안전을 담보해주지 못한다. 오토바이가 마음껏 질주하는 것도 모자라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비롯한 자전거 무리들 하며, 전동 킥보드에 스몸비족까지, 어느덧 장애물 천지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행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지자체나 경찰은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기술 발달이 더해지고 플랫폼 서비스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아울러 대한민국 사회의 대표 특징인 '빨리빨리' 문화가 해당 서비스와 절묘하게 결합하면서, 앞서 살펴본 것처럼 배달 시장의 규모가 눈부시게 성장했다.
그러다 보니 배달 오토바이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됐으며, 서비스 속도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재촉이 더해지고, 그에 부응하기 위함이자 수입을 늘리려는 배달기사의 폭주가 합쳐지면서 불법주행의 빈도도 훨씬 늘어나게 됐다. 보행자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 것이다.
기술 발달 덕분에 우리는 편안하게 집안에 앉아 배달기사에게 서비스 속도가 느리다며 투덜거리거나 '빨리빨리'를 소리 지르며 음식을 주문하고 서비스 받지만, 그것도 업체들간의 가격 경쟁 덕분에 값싸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쾌재를 부르고 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볼 때 우리의 보행 안전을 헐값에 내어준 꼴과 진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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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신뢰하지 마라, 죽은 과거는 묻어버려라, 살아있는 현재에 행동하라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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