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도착한 숙소모습예약수수료와 세금등을 다 합쳐도하루 3만원정도면 묵을 수있었던 숙소.
엄성란
침대 양옆 벽에 두 개씩, 침대 맞은편 벽에 세 개, 냉장고 옆에 두 개. 벽에 콘센트가 이렇게 많은 곳은 처음이었다. 충전해야 할 핸드폰 보조배터리들, 다이빙랜턴 배터리, 미니선풍기 두 개 등을 다 꽂고도 미니인덕션, 룸에 있던 전기포트와 핸드폰을 꽂고 사용할 수 있었다.
숙소에 대충 짐을 풀고 근처에 있는 로빈슨몰에 식사와 장보기를 하러 갔다. 필리핀스타일중식당이라는 클래식 사보리에 들어가 이것저것 시켜 보았다. 길거리에 있는 로컬식당에서 먹으면 삼사백페소면 먹을 음식에 팔구백페소 이상 지불해야 할듯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첫끼는 죽이나 수프를 먹어야 했어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새둥지숲(생긴 것은 중식당의 계란탕이지만 비렸다), 스파이시쉬림프(맵게 볶은 새우, 전혀 맵지않고 달았다), 플레인라이스(밥) 등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자 야심차게 먹어보았지만 비위에 맞지 않았다. 결국 다 토하고 술, 주스, 요거트 등등 구매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1Kg짜리 대용량 요플레라니. 위장 장애가 있는 나는 분말죽이라도 먹을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았다.
다행히도 조금 쉬고 몸을 따뜻하게 하자 따뜻한 물과 차, 수프 정도를 먹게 되었는데이날이 아시안컵 축구가 있는 날이었다! 축구를 봐야겠다는 생각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야심차게 가장 가까운 한국식당(로빈슨몰 맞은편에 있음)에 갔다. 그런데 TV도 없고 와이파이도 안 된단다. 피로에 절뚝이는 몸을 끌고 건너편에 TV가 있는 식당(게리스그릴-늘 농구나 축구를 틀고 있음)으로 가서 축구를 틀어달라 부탁했다.
매니저는 "와이파이 잘 되니까 니들 폰으로 봐라. 시끄럽게 응원해도 돼"라며 패스워드를 뭉테기로 주었다. 한번 사용한 패스워드는 못 쓰는 곳이다. 그래서 각자 와이파이 접속 후 방송앱을 틀었다. 외국은 중계권이 없는지 방송앱 자체가 외국에는 안 되는 것이었는지 접속 불가 지역이라고 나왔고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김군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울분의 맥주를 들이키는 나였다. 그 와중에 배고파서 화도 났다. 외국에 사는 교민들이 왜 모여서 축구보며 응원하며 노는지 알겠더라고 생각했다. 크리스피파따(스페인식족발튀김)와 오징어튀김을 먹고 산미구엘을 마시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긴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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