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민속박물관 김은경 관장. ‘큰 살림’을 맡아 처리하느라 늘 뛰다시피 관내를 다닌다. 현대예술과 만날 때 박물관의 유물이 더욱 빛난다고 믿는다.
원동업
아파트 생활이 시작되면서는 붙박이장에 자개장이 밀려났습니다. 냉장고가 생기면서 찬장이 필요가 없게 됐죠. 옷을 사입고 버리면서 골무함이 필요가 없어지고, 수렵하던 큰 창이며, 설피같은 신발이며, 짚으로 엮은 삼태기며, 뒤주며, 구유 따위도, 여행자들의 표주박도 쓸모가 없어졌죠.
큰 절 뒤주는 정말 잘생긴 물건이었습니다만, 온양민속박물관도 그 물건을 보관할 수는 없었습니다. 정말 커서요. 수장고에 제대로 두지 못하자 그것들은 좀이 슬어 무너져 버리곤 했지요. 그렇게 사라져버릴 것들을 꼼꼼히 모은 것입니다. 그 수집품들 중에 그림들, 민화들도 있었습니다.
계회도, 고지도엔 학술적 가치와 조형적 아름다움 있어
"당시엔 민화를 모으는 게 수월했어요. 한 사람이 다 가져와요. 무신도 팔면서 화조도도 함께 파는 거예요. 우리는 그걸 다 모았죠. 초상화도 많아요. 그게 복식을 연구하는 기본 자료가 돼요. 불화도 많고요. 그건 민속하고는 또 별개죠. 민화 하시는 분들은 책가도 하고 화조도에 관심이 많으시더라구요. 예쁘니까. 그런데 계회도 같은 것도 정말 예쁘고 또 재밌어요. 지도같은 그림도 저흰 많아요. 강화전도 같은 그림엔 당시 봉화 위치가 표시돼 있어요. 통영전도 같은 그림에선 통영의 그때를 알 수 있죠. 저희가 북두칠성 민화가 있는데, 그 옆에 글로 다 써놓았어요. 학술적인 가치가 있고, 조형적으로도 아름답죠."
수장고의 민화들로는 10여년 전 전시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올해의 전시는 <민화:일상의 공간>입니다. 구정아트센터에서 지난 4월 16일부터 전시해 오는 5월 12일까지 진행되죠. 10명의 현대작가가 각기 2명씩 조를 이루어 공간을 달리 배치해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민화의 재해석인 동시에, 기존의 민화를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과거와의 대화를 시도했죠.
"최근 약 스무 개 정도의 해외 전시관을보고 왔어요. 제일 감명 깊었던 데가 콜롬바란 곳인데, 옛유물들과 현대작가들 작품을 함께 전시했어요. 정말 1~2세기 것으로는 믿어지지 않는 작품들이 현대의 예술품들과 함께 어울리는 형태의 전시를 했어요. 내용과 색감과 형태별로 모두 달리 모으고, 그걸 건물의 그림자까지 생각해 가며 하더군요."
현대작품을 과거의 작품들과 나란히 놓는 기획을 낼 수 있는 것은 여기가 온양민속박물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박물관 창립 초기부터 유물을 모으고, 현재까지 박물관을 지키고 있는 신탁근 고문은 박물관 내부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전국을 다니며 유물을 모으던 세 명 중 둘은 대학으로 갔고, 그는 이곳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