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반도체 사업장 불산 누출 사고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환경부 공무원,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반이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중부일보
우리 역학조사팀은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면서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자료를 다시 검토하고 추가 면담 조사를 위해 지방에서 지내고 있었던 7명의 신청인들을 직업환경연구원으로 불러내었다. 집단 요양신청을 하였던 7명의 노동자들이 입을 맞추어 진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휴대폰을 모두 압수하고, 면담 전후의 사람들을 격리시킨 상태에서 다시 자세하게 조사를 시작하였다.
7명이 모두 함께 근무한 날은 13일이 유일하였고, 13일 오전에 불산 취급 업체의 직원과 공사 현장의 다른 협력업체 직원들이 있었지만, 점심시간 이후로는 신청인 7명만 있었다고 하였다. 증상 발생 시기는 1명이 13일 저녁으로 가장 빨랐고, 2명은 다음 날인 14일 오전과 오후에 시작되었으며, 2명은 이틀 후인 15일 오전에, 나머지 2명은 15일 오후에 증상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면담 당시에는 13일 퇴근 후에 모두 증상이 나타났다고 진술하였기 때문에 불산 노출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던 것이 서로 간의 대화를 차단한 후 집중 면담을 해보니 과거 구미 불산 누출 사건에서 관찰되었던 노출과 증상 발현까지의 잠복기(노출 후 1~2일)가 일치하였다.
이와 같은 면담 내용을 마무리 한 후 불산 취급 업체에서 입수한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두 가지의 불산 노출 경로를 추정할 수 있었는데, 첫 번째는 집진시설에서 배출되는 불산에 노출될 가능성이었고, 두 번째는 원료가 입고되는 과정에서 불산이 누출됐을 가능성이었다.
우선 노동자 7명이 작업했던 위치 주변에는 대기오염 방지설비(이하 스크러버) 7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각 스크러버의 배출물질이 한 방향으로 이동할 경우 작업위치가 밖이라고 하더라도 작업자들이 일정 농도의 불산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2주 전부터 작업을 시작하였는데, 왜 13일에만 불산에 노출되었으며, 7명의 흉부 영상에서 중증도가 각기 다르게 나타났는지는 설명하지 못하였다.
두 번째는 불산이 입고되는 과정에서의 누출인데, 불산 노출이 있었다고 판단되는 13일 당시 불산은 작업시간동안 총 3회 입고되었고, 원료가 출고되는 곳에는 불산 누출이 있을 경우 알람이 울리도록 되어 있었으나 입고되는 곳에는 센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13일 당시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센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입고 설비 쪽에서 누출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또한 폐질환 정도에 따라 불산 노출농도가 다르다고 추정되는 3개의 집단이 구분되고 이를 감안하면 누출지점으로부터 가까운 곳에서 작업하였던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고농도에 노출되었고, 먼 곳에 있었던 사람들은 거리에 따라 급격하게 불산 농도가 감소하여 저농도로 노출되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는데, 이들의 흉부 영상에 나타난 중증도와 누출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으로부터의 거리가 일치하였다.
결론적으로, 직업환경연구원의 업무상질병심의위원회에서는 신청인 7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증상과 임상경과 및 흉부 영상에서의 동일한 소견, 그리고 날짜별 작업내용과 공사현장의 작업환경 및 불산에 노출된 13일의 오전과 오후에 공사현장 인원 배치 등을 종합하여, 노동자 7명의 임상증상들은 모두 13일 월요일에 불산 취급 업체의 증축 공사현장에서 근무할 당시 오후 2시 경에 불산이 입고되는 상황에서 노출된 불산에 의한 업무상 질병으로 판단하였다.
역학조사를 실제로 수행하는 일도 복잡하고 어렵지만, 수집된 자료와 현장 조사 결과들을 종합하여 최종적인 판단에 이르는 과정도 매우 고되고 어려운 일이다. 또한 역학조사는 노동자에게 발생한 질병의 원인을 찾는 일인데 아직까지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질병이 있다는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역학조사 제도는 질병의 직업적 원인이 밝혀진 노동자들에게는 환영 받는 제도이지만, 그렇지 못한 노동자들로부터는 큰 질타를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는 노동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역학조사는 계속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유해물질들과 직업병을 발견하며, 기존 유해물질들의 새로운 노출 경로들도 밝혀내어야 한다. 더불어 역학조사 소요기간도 단축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직업환경연구원의 전문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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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의 월요일, 노동자 7명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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