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가 빼앗은 영남대, 민립대학으로 되돌려야"

옛 대구대 창립자 손자인 최염 선생 주장... 영남대는 강연 막기 위해 공문 보내기도

등록 2019.05.08 22:00수정 2019.05.0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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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대 교수회는 영남대의 전신인 옛 대구대학교 설립자 최준 선생의 손자 최염 선생을 모시고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독립운동, 백산무역 그리고 민립대학'을 주제로 한 강연회를 열었다.
영남대 교수회는 영남대의 전신인 옛 대구대학교 설립자 최준 선생의 손자 최염 선생을 모시고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독립운동, 백산무역 그리고 민립대학'을 주제로 한 강연회를 열었다.조정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옛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을 통합해 세운 영남대학교가 민립대학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남대 교수회(의장 이승렬)는 8일 오후 영남대 인문대학 101호실에서 옛 대구대학 설립자인 최준 선생의 손자 최염(86) 선생을 초청해 상해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독립운동, 백산무역 그리고 민립대학'을 주제로 특별강연회를 열었다.

"박정희 정권, 날치기로 두 대학 합병한 뒤 영남대 만들어"

최염 선생은 할아버지인 최준 선생이 백산무역을 운영하면서 독립운동을 한 과정과 대구대학을 민립대학으로 설립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영남대에서 박정희를 지우고 민립대학으로 되돌아가자"고 주장했다.

최염 선생은 "경주 최부자 가문은 1919년 백산무역을 만들어 상해 임시정부 자금줄 역할을 했다"면서 "할아버지가 일본총독부 감시를 따돌리고 무역회사를 통해 독립자금을 중국에 보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해방 이후 김구 선생이 할아버지를 찾아와 '임정 재정의 6할(60%)이 백산으로부터 나왔다'고 치하하면서 "할아버지는 일제 식탁관리에 있던 재산의 3분의 1 정도를 되찾아 대학설립에 발벗고 나섰다"고 대구대학을 설립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최 선생은 "1947년 대구경북 유지들과 함께 대구대학을 설립하고 임야 몇 백만 평, 고서적 8000여 권을 기중했다"며 "하지만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가 대구대학을 압박해 이병철 삼성 회장에게 대학 운영권을 넘겼다"고 말했다.


최 선생은 이어 "학교를 넘기면서 이병철 회장에게 3.1운동을 언급하며 대학을 잘 운영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하지만 삼성의 '사카린 밀수사건'이 터지면서 이 회장이 무마하기 위해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에게 대구대학을 헌납하고 성균관대학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 선생은 "박정희 정권은 할아버지 의사와 무관하게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을 강제 합병하는 안을 1967년 날치기 통과시켜 영남대를 탄생시켰다"면서 "할아버지는 '우리 의사에 반해 태어난 대학이지만 네가(최염) 바른 길을 가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부정입학과 비리가 전혀 없었던 거의 유일한 대구대학이 영남대로 바뀐 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교주가 되고 그의 딸 박근혜가 이사로 들어온 뒤 비리가 터져 사립대 최초로 국정감사까지 받는 불운을 겪었다고 아쉬워했다.

최 선생은 "인재가 부족해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다고 생각한 대구경북의 독립운동가들이 세운 영남대의 창학정신은 사라지고 돈 한 푼 안낸 받정희가 설립자로 여전히 남아있다"며 "박정희를 지우고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올해 민립대학 정신을 회복해 영남대를 시·도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끝을 맺었다.

영남대, 강연 막기 위해 공문 보내고 교수회 회유
 
 영남대는 영남대 전신인 옛 대구대학 설립자 최준 선생의 손자 최염 선생의 강연을 막기 위해 교수회에 '장소 사용 불가'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강연회를 강제로 저지하지는 않았다.
영남대는 영남대 전신인 옛 대구대학 설립자 최준 선생의 손자 최염 선생의 강연을 막기 위해 교수회에 '장소 사용 불가'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강연회를 강제로 저지하지는 않았다.조정훈
  
한편 이날 강연에 앞서 영남대학교가 최염 선생의 강연을 '박정희 전 대통령 비판'을 이유로 불허해 논란이 일었다. 

영남대는 지난 7일 서길수 총장 명의의 공문을 교수회에 보내 "최염씨 초청 강연에 대하여 학교로서는 그 분의 최근 언행 등에 비추어 보아 우리 대학의 명예를 해칠 우려가 있다"며 "이번 초청 강연은 불가함을 통보하니 적절한 조치를 강구해 달라"고 통보했다.

이 공문과 관련해 대학 관계자는 "영남대 설립에 기여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편향적으로 비판하고 대학 역사 자체를 부정했다"며 "그 분의 일방적인 주장이 강연 내용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또 교수회에 1주일 전부터 강연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교수회가 이를 거부하자 서길수 총장이 직접 이승렬 의장을 만나 자진 철회를 촉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연회가 열리자 대학 측은 물리력으로 막지는 않았다.
#영남대 #교수회 #박정희 #최염 #민립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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