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순례단
녹색연합
5월 중순, 여름이 코앞이지만 아침 바람이 서늘하다. 순례 셋째 날, 오늘은 군산에서 부안으로, 내변산을 넘어 줄포만으로 향하는 일정이다. 부안까지의 이동은 버스를 이용한다. 매일 걷는 일정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한 소위 '점프'는 긴 여정에서 단비 같은 존재다. 버스에 올라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며 에너지를 충전해본다.
출발한 지 10분쯤 흘렀을까. 창밖으로 지평선이 펼쳐졌다. 만경강 옆에 자리 잡은 만경평야다. 만경의 '만'은 바로 새만금의 '만'이고, 새만금의 '금'은 만경평야 남쪽 김제평야의 '김(金)'에서 따왔다. 저 지평선 너머에 새만금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들어봤을 새만금 사업은 방조제를 쌓아 바닷물을 막고 그 내부를 매립하는 대규모 간척사업이다. 방조제의 길이만 33.9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라 한다. 처음에는 매립지를 활용하여 농지를 공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쌀 소비는 줄어들고 새만금 이용 계획은 계속해서 수정됐다. 그곳에 무엇이 들어설지, 어떤 모습이 될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강과 갯벌은 본모습을 잃고 죽어가고 있다.
버스는 생각보다 빨리 부안터미널에 도착했다. 여기서 내변산 탐방지원센터로 가려면 다시 지역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우리가 탈 내변산행 농어촌 버스에는 읍에서 장을 보고 돌아가시는 어르신들이 이미 자리하고 계셨다. 20여 명의 순례단원이 버스를 채우니 시골 버스는 어느새 만원이었고 버스는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시골길을 내달렸다. 양손 가득 짐을 든 할머님들이 하나둘 내리시자 버스에는 순례단원만 남았고 곧 목적지 내변산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산행을 앞두고 몸을 풀었다. 이틀간의 순례 일정으로 몸은 피곤해져 있었고 오늘은 평지 길이 아닌 산을 넘어가기 때문에 몸을 충분히 풀어야 했다.
변산반도는 1988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크게 외변산, 내변산으로 나뉘는데 외변산은 바다를 끼고 있는 바깥쪽 지역이며, 내변산은 최고봉 의상봉을 중심으로 평균 400~500m 높이의 봉우리가 어우러진 산악지대다. 순례단은 내변산을 넘어 줄포만으로 향한다.
산은 시원했다. 푹신한 흙바닥이 발의 피로를 덜어줬고 풀내음, 꽃내음은 향긋했다. 순례단이 오르막을 만날 때면 거친 숨소리를 내쉬기도 했지만 숲이 주는 충만함에 감탄하며 걸었다. 풀과 꽃과 나무의 사진을 찍으며, 또 계곡의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숲을 느끼며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