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경남본부는 5월 29일 늦은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최저임금 지키고 올리고. 최저임금 개악 고발대회"를 열었다.
윤성효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하지만 산입범위 확대 등으로 인해 임금은 오히려 내려갔다고 아우성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29일 늦은 오후 경남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연 "최저임금 개악 고발대회"에서는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되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20년도 최저임금을 오는 6월 말까지 결정하기 위해 논의를 벌이고 있다. 노동자․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들이 모여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시급)'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이는 2018년에 비해 10.9% 인상된 것이었다. 그런데, 국회는 지난해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산입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했다.
이날 고발대회 사회를 본 이성희 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무처장은 "많은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임금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깎였다고 아우성이다"며 "최저임금이 올라서가 아니라, 자영업자가 어려운 것은 프랜차이즈 사장이 가져가는 게 많기 때문이고, 대형유통업자들의 수입만 올려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발 증언이 이어졌다. 자동차생산업체의 비정규직이라고 소개한 김경학(창원)씨는 "올해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꼼수가 드러났다. 각종 수당이 기본급에 포함되면서, 월급은 당연히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다니는 회사는 기본시급을 올리는 대신에 상여금 지급 방식을 바꿨고, 연차수당도 150%에서 100%로 낮추었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이 오르기 전이나 마찬가지 임금이 되고 말았다"며 "이대로 간다면 내년에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비정규직의 임금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존중이라고 하면서 노동법을 개악했다. 그리고 정부는 최저임금을 더 이상 올리지 않으려고 할지 모른다"며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우리 권리는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하기에 투쟁해야 한다"고 했다.
학교비정규직 이명숙(함안)씨는 "평소 돈 계산을 잘 하지 않는데,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하니까 저 임금도 좀 올랐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왔다"며 "그런데 오늘 고발대회에 참가해서 발언하려고 저의 월급 명세서를 살펴봤다. 결과는 임금이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올해 학교비정규직 복리후생비 중 19만원(교통비 6만원, 식대 13만원)의 7%(12만 2160원)를 초과하는 6만 7839원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됐다"며 "산입범위가 확대되어도 학교비정규직 1~2년차 직원은 여전히 최저임금 미달 상태이다. 더 큰 문제는, 올해 3~6년차 직원의 경우 산입범위 변경에 따라 실제 임금이 줄어드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피해보전 대책도, 비정규직 차별해소와 처우개선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정부와 국회에 대해 투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손정훈 비정규직상담센터 실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면서 각종 수당이 기본급에 포함되고, 상여금이 있어도 기본급이 내려가는 사례도 있다"며 "사용자들은 경제가 어려운 게 노동자 탓만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강지윤 경남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아르바이트는 직업이 될 수 없을까? 누군가에게는 생계수단인 일이, 근로기준법을 어겨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치부된다. 주휴수당과 퇴직금은 당연히 주지 않는 것이고, 최저임금도 지켜지지 않는 일이 너무 흔하다"고 했다.
그는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한번도 노동인권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며 "한번은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본 적도 있다. 편의점 점주들이 모인 카페에서, 최저임금 위반으로 아르바이트노동자가 신고를 하면 폐기상품을 먹은 것으로 절도죄로 신고하거나 손해배상청구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 노동부 진정을 취하한다고"라고 했다.
이어 "이런 내용을 꿀팁이라고 공유하고 있는 글을 봤다.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게 괘씸한 일이 되는 이상한 세상이다. 갑을 관계에서 을도 되지 못하고 병․정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청년들이 '헬조선', '탈조선'을 외치게 만드는 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강 위원장은 "최저임금법을 개악하기 전에 이미 있는 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장을 바꿔야 할 것이다. 노동자로서 내가 가진 권리가 무엇이고,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무엇이 있는지 노동인권 교육이 필요하다"며 "아프니까 청춘인 사회가 아니라 청춘이 아프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류조환 본부장은 "사장을 빼면 다 노동자다. 우리는 노동자 99%가 1%를 걱정한다. 이런 게 잘못됐다"며 "재벌은 엄청난 규모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다.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돈이다. 그런데 산입범위 확대로 임금이 내려가는 결과가 되었다. 올해 차별철폐 투쟁을 힘있게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