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발달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채소를 활용한 천연 비누, 입욕제, 물비누 등을 만드는 소셜벤처 기업인 노순호 동구밭 대표를 만나보았다.
유성호
"그거 지저분하지 않아? 걸레로 깨끗하게 닦고 넣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동구밭 제1공장에서는 비누 가공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오전 근무조인 발달장애인 8명은 큰 형틀에서 나온 대형 비누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다듬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들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곱게 다듬어진 파스텔 빛깔의 비누가 상자 속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일을 하면서도 장애인 노동자들은 단답식의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약간 수줍어하기도 했지만 다들 밝은 표정이었다.
대패로 비누 깎는 작업을 하던 박준협(23)씨는 "회사 사람들이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해줘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며 "지금 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천연 비누가 향이 좋다"며 자신이 만든 제품 자랑을 하기도 했다.
가공 작업을 총괄하는 김은희 팀장은 "직원들마다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각자가 할 수 있는 업무를 분배해서 하고 있다"며 "(장애인) 직원들이 사회성이 좋아서 대화도 다 잘 된다"고 밝혔다.
"한번 고용한 사람은 끝까지 함께"
▲ 발달장애인과 텃밭 가꿔 비누 만느는 노순호 동구밭 대표 정규직 발달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채소를 활용한 천연 비누, 입욕제, 물비누 등을 만드는 소셜벤처 기업인 노순호 동구밭 대표를 만나 보았다.
ⓒ 유성호
채소를 활용한 천연 비누, 입욕제, 물비누 등을 만드는 동구밭에는 현재 20명의 정규직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있다. 이들은 비누 가공과 포장, 생산 라인에서 하루 4시간씩 근무하고 있다. 경영이나 관리 등의 업무는 비장애인이 맡지만, 비누 생산은 전적으로 이들 몫이다.
동구밭은 비장애인 노동자들보다 발달장애인 노동자가 더 많다. 월 매출이 400만 원 오를 때마다 장애인 1명을 채용한다는 이곳의 경영 방침 덕분이다. 현재 근무하는 장애인노동자 20명도 모두 이 방침에 따라 채용했다.
노순호 동구밭 대표는 "발달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시작했기 때문에 매출이 오를 때마다 채용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 번 고용한 사람은 끝까지 함께 할 것이고, 이 점을 채용 담당자에게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표와 발달장애인들의 인연은 지난 2014년 서울 강동구의 한 텃밭에서 시작됐다. 당시 노 대표 등 대학생 동아리 팀원 4명은 사회 공헌 활동 중 하나로 텃밭 가꾸기를 시작했다. 텃밭 농장에 실습을 나온 발달장애인들과 자주 마주치면서 어느덧 친구처럼 지내게 됐다.
노 대표는 친분을 쌓은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지난 2015년 '도시농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장애인들이 텃밭을 일궈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었다. 1년가량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텃밭을 가꾸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없었던 것.
프로젝트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노 대표는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텃밭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발달 장애인들의 발걸음이 계속됐던 것. 텃밭을 가꾸면서 비장애인 친구들과 만나고 사회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즐거움이었다.
"순호씨는 살다 보면 우리 아이를 곧 잊겠지만 우리 아이는 순호씨를 평생 기억할 거예요. 평생 동안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를 어떻게 잊겠어요?"
발달장애인의 한 학부모가 한 말을 노 대표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는 "이 사람들(발달장애인들)이 갈 데가 없는데 돈은 억만금을 벌어봐야 의미가 없다"며 "사회 적응 능력이 취약한 사람들이 비장애인과 소통하고 사회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발달장애인들과 오랜 기간 함께 하면서, 수익도 낼 수 있는 모델을 고민했다. 텃밭 채소를 써서 친환경 비누를 만들기로 했다. 친환경비누를 대량 생산하는 업체는 많지 않은 반면, 수요는 꾸준하다는 '틈새'를 노린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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