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주한 미국 대사관과 한국여성민우회 부스에서 받았던 굿즈.
김민준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대의에 동의한다면 광장에서는 모두가 하나입니다. 제 친구는 작년 서울퀴퍼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팔레스타인에도 퀴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퀴퍼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든다는 것은 조금은 더 특별한 일입니다.
알다시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민족을 지속적으로 억압해왔고, 기본권을 해치는 방식으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자신들을 퀴어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게이 천국'으로 홍보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많은 인권활동가에게 기만적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퀴퍼에서 드는 팔레스타인 깃발은 성소수자 인권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다른 사회적인 문제들을 가리려는 '핑크워싱(Pinkwashing)'에 저항하는 국제적인 연대와 마찬가지입니다. 친구는 여전히 이러한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리고 설득할지 고민한다고 했습니다. 고민은 계속되겠지만 작년의 팔레스타인 깃발은 분명 그런 의지의 표명이었을 겁니다.
이렇듯 6월 서울광장에서는 다양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이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 함께합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권리당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단을 조직했습니다.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자 자유한국당은 비난 일색의 논평을 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참여단은 퀴어 당사자들과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앨라이(Ally)' 일부로부터도 비판을 받았습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성소수자 외면 발언과 성소수자 인권 관련 질문에 대한 '나중에'의 악몽이 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죠.
수많은 우려에도 참여단은 민주당이 퀴어인권에 대해 조금은 더 고민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울퀴퍼에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민주당의 변화를 바라고, 민주당에도 있을 성소수자와 앨라이들이 목소리를 더 크게 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축제는 이렇듯 많은 논쟁이 오가고 우리는 '더 나은 논쟁을 할 권리'에 대해 생각하는 중입니다.
광장을 넘어서, 편견을 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