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학교 본관. 대구가톨릭대 한 교수가 외국인 계약직 교수를 성추행했지만 제대로 처벌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조정훈
지난 2016년 대구가톨릭대학교에 임용된 외국인 교수 A씨는 그해 봄 같은 학과 교수인 B씨로부터 번역 업무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락했다.
이후 B교수는 번역이 필요하다며 수시로 A교수를 자기 연구실로 불렀고, 그곳에서 A교수가 번역 작업을 할 때면 B교수는 신체를 접촉해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해 가을에는 B교수가 A교수를 끌어안고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밀착시키기까지 했다.
A교수는 성적 수치심과 무력감을 느꼈지만 B교수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B교수는 사적인 자리에서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계약을 연장해주지 않을 수 있다"며 "직장을 잃지 않으려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A교수는 정교수 신분이었지만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처지였다.
또 B교수는 A교수가 마치 부하 직원인 것처럼 번역 일을 시켰고 방학 기간 A교수가 해외로 떠났을 때에도 국제전화를 걸어왔다. A교수의 수업 중에 강의실로 찾아와 수업을 방해하는 일도 있었다.
A교수는 여러 번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가해자의 고의적인 괴롭힘에 가까운 업무강요에 극심한 불안과 고통을 느끼게 됐다. 결국 기한 내에 완성해야 하는 논문 작업을 진행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동안에도 가해자 B교수는 A교수에게 계약연장을 해주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실제로 학과장에게 여러 차례 'A교수를 해임하면 새로운 외국인 교수를 데려오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교수는 지난 3월 26일 대구가톨릭대 성평등상담실에 성추행 사건을 신고했다. 해당 학과 교수들도 4월 2일 가해 교수의 처벌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대학본부에 보냈다.
대구가톨릭대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조사 결과, 가해자의 성희롱 사실을 확인하고 대학본부에 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아직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B교수를 징계하지 않았다. 게다가 A교수와 함께 강의하게 해 '피해자-가해자 분리'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