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한 풀어달라" 대통령에게 손편지 쓴 초등학생들

초등학교 6.25 계기수업중... 안성 문기초등학교 5학년 4반 아이들 문 대통령에게 편지 써

등록 2019.06.27 18:57수정 2019.06.2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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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전쟁 계기교육을 받은 문기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자발적으로 문재인대통령에게 손 편지를 썼다.
6.25전쟁 계기교육을 받은 문기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자발적으로 문재인대통령에게 손 편지를 썼다.최창진
 문기초등학교 5학년 4반 어린이가 문대통령에게 쓴 편지
문기초등학교 5학년 4반 어린이가 문대통령에게 쓴 편지최창진
 
"선생님! 우리 대통령님께 편지 써요! 더 이상 이산가족이 고통 받지 않게요~ 어때요? "

한 여학생의 당찬 제안에 담임 선생님은 가슴이 뛰었다. 이런 아이디어가 나올 줄은 수업 전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5일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문기초등학교 5학년 4반 1교시 수업은 6.25전쟁 69주년 계기교육으로 진행되었다.

담임인 최창진 교사는 반 아이들과 함께 참쌤스쿨에서 제작한 '65년 만에 만난 이산가족상봉'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고, 이산가족에 대해 알아보고, 애니메이션 주인공에게 편지쓰기를 할 계획이었다.
 참쌤스쿨에서는 6.25 전쟁 계기교육 자료로 ‘65년 만에 만난 이산가족상봉’ 애니메이션과 활동지를 제작, 공개했다.
참쌤스쿨에서는 6.25 전쟁 계기교육 자료로 ‘65년 만에 만난 이산가족상봉’ 애니메이션과 활동지를 제작, 공개했다.참쌤스쿨
 
'65년 만에 만난 이산가족상봉' 애니메이션은 남한 이순규 할머니와 북한 오인세 할아버지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1949년 말 결혼한 어린 부부는 신혼 생활 7개월 만에 전쟁이 터져 생이별을 한다. 그로부터 65년이 흐른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 극적인 만남을 가졌지만, 만난 지 12시간 만에 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 해서 당시 많은 이들에게 이산의 슬픔을 생생히 전했다.

그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서일까. 평소 '유쾌한 창진쌤'이라는 담임 별명답게 늘 떠들썩했던 5학년 4반 교실 분위기도 이날만은 숙연했다.

최창진 교사 역시 이산가족이다. 외가 식구들이 6.25때 평양에서 내려오신 피난민이다. 지금 홀로 살아계신 구순을 넘긴 외할머니가 "아버지 어머니는 돌아가셨을 거고, 동생들도 살아 있어도 80이 넘었을 텐데…….이제는 더 이상 상봉 신청 안 할 거야. 몸도 힘들고 금강산에서 한다고 해도 못가겠어" 라고 마음 아픈 얘기를 하신다고 한다.

최 교사는 이런 외할머니의 사연을 보태어 수업을 진행하던 중 여학생이 손을 번쩍 들어 대통령께 편지를 보내자고 제안을 한 것이다.


스무 명의 반 아이들 중 열세 명이 편지를 쓰자고 했고, 일곱 명의 친구들은 주저했다. 평소 아이들의 자발적 의사를 존중했던 최 교사는 원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당초 계획한 활동을 하게 했다. 그리고 열세 명에게는 즉석에서 A4용지에 밑줄만 그어 프린트 한 편지지를 나눠줬다.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한 자 한 자 정성을 들여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부탁하는 편지를 썼다.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한 자 한 자 정성을 들여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부탁하는 편지를 썼다.최창진
 
아이들은 진지하게 편지를 써 내려갔고, 중간 중간에 문재인 대통령 나이도 묻고, 계기교육 자료로 제공된 이산가족 생존자 수도 확인하며, 그렇게 삐뚤빼뚤 글씨이지만 정성스럽게 편지를 완성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마음으로 최창진 교사가 대통령에 쓴 손 편지
아이들과 함께 하는 마음으로 최창진 교사가 대통령에 쓴 손 편지최창진
 
최 교사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 마음을 담아 손 편지를 썼다. 이렇게 완성된 열네 통의 편지를 최교사는 퇴근 길, 우체국에 들러 사비 3000원을 들여 대통령 비서실로 발송했다.
 
 청와대 비서실로 발송한 편지가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아이들에게 알려주자 그 사실만으로 아이들은 기뻐했다고 한다.
청와대 비서실로 발송한 편지가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아이들에게 알려주자 그 사실만으로 아이들은 기뻐했다고 한다.최창진
   
최 교사는 아무런 답장이 안오면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청와대가 나랏일을 하는 곳이라 바빠서 아마 편지에 대한 답이 오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도 우리 너무 서운해 하지는 말아요" 라며 미리 말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의 예상치 못한 의젓한 대답에 최 교사는 다시 한 번 심쿵했다.


"선생님! 저희는 이렇게 편지를 써봤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재밌어요." 그리고 이어진 아이들 말에 최 교사는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의젓했나 하고 감탄했다.
 
"대통령님이 답장은 안 주셔도 되니까, 편지 내용대로 실천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최 교사는 교직 경력 10여 년 동안 이런 감동은 처음이라고 기자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비록 즉흥적인 결정이었지만 배운 내용을 실천하는 아이들 모습을 앞으로도 한참동안 잊지 못할 거라고도 했다.

"전 일방적인 지식 전달만 하는 수업이 아닌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을 늘 꿈꿨어요.그런데 한 아이가 직접 제안하고, 저는 그걸 도와주고 그러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몸으로 배우고 이거야 말로 가장 살아있는 수업 아니겠어요?"
  
실제로 2018년 6월, 광주 무등초등학교 5학년 2반 학생들이 '남북정상회담 계기 교육'을 하면서 쓴 손 편지에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답장을 보내 아이들을 기쁘게 했다.

또 그 이전 2017년 8월에는 전북 익산시 이리동산초 5학년 학생 125명이 문재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답장을 받기도 했다.

이 어린이들이 같은 해 5월 10일 '촛불로 일으킨 민주주의'라는 주제의 수업시간에 문 대통령에게 쓴 손 편지에 대해 김정숙 여사가 대신 화답을 한 것이다.
  
 광주 무등초 5학년 어린이들에게 문재인 대통령 서명이 담긴 답장이 전달되었다.
광주 무등초 5학년 어린이들에게 문재인 대통령 서명이 담긴 답장이 전달되었다.광주시교육청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사그라진 평화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북미 3차 정상회담에 대한 희망이 조심스레 싹트는 시점에서 문기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들의 응원에 힘입은 문 대통령이 남북 화해와 평화라는 과제를 꼭 완수해내길 바란다. 그래서 아이들 바람대로 이산의 한을 간직한 채 세상을 떠나야 하는 슬픔 대신 재회의 기쁨을 이산가족들이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 #이산가족 상봉 #문기초등학교 #최창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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