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
정대희
지난달 10일 일어난 한빛 원자력발전소 1호기 열출력 급증사고는 '인재'라는 특별조사 중간결과가 나왔다. 지난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아래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원자로의 핵분열 반응 속도를 조절하는 제어봉을 근무자들이 잘못 다루어 원자력 열출력이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관련 기사: 한빛 1호기 사건은 인재..."계산오류·조작 미숙 확인).
특별조사 중간결과에 따르면, 원자로 열출력이 제한치인 5%를 초과한 이유는 이렇다. ①한국수력원자력은 14년 만에 제어봉의 성능을 확인하는 측정방식을 변경했는데, 담당 직원에게 바뀐 방식에 대해 교육하지 않았다. ②해당 직원은 잘못된 계산을 근거로 원자로에서 빼지 말아야 할 제어봉을 제거하도록 지시했다. ③ 무자격 운전원은 원자로를 미숙하게 조작했다.
제어봉은 자동차의 브레이크에 해당하는 장치로 열출력이 높으면 제어봉을 원자로에 넣고, 낮으면 제거한다.
하지만 '밝혀진 것보다 밝혀야 할 게 많은' 조사 결과였다. 원안위와 KINS는 제어봉 측정 방법이 14년 만에 변경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담당 직원이 잘못된 계산을 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무자격자가 원자로를 운전한 게 이번이 처음인지, 아닌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원자력안전연구소 한병섭 소장은 이번 특별조사 중간발표에 '할 말'이 많아 보였다. 한 소장은 근본적인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원안위와 KINS가 "과정과 결과의 시시비비만 가렸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30일엔 '한빛 원전 1호기 출력급증 사건 평가'란 주제로 열린 워크숍에서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등 꾸준히 이번 사고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이날 한 소장은 "제어봉 제어능 측정 방법변경과 조작 미숙 등이 사고 원인"이라며, "원전 재가동을 앞당기려다 무리하게 시험 방법을 변경했다. 안전보단 비용과 효율을 따지는 원자력계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7일, 한 소장에게 원안위와 KINS의 특별조사 중간결과에 대한 평가와 향후 풀어야할 숙제는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아래는 전화와 서면으로 나눈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왜 운전 미숙했는지 근본적인 원인 밝혀야"
-원안위와 KINS가 한빛 1호기 사고와 관련해 특별조사 중간발표를 했다. 종합적인 평가를 한다면
"꽤 오랜 시간 동안 조사를 했는데 유의미한 조사 결과는 없었다. 사건의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대책에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데 과정과 결과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정도의 발표일 뿐이었다.
원자력안전연구회는 이전부터 '미임계 상태로 착각', 물리시험 방법론의 차이에 따른 훈련 부족, 운전원과 시험부서 간의 정보 확인 미숙을 지적했다. 이미 사고 원인은 파악하고 있었는데, 한 달 넘게 조사하고 그걸 중간조사 결과로 알릴 이유가 있는가 싶다."
-원안위와 KINS는 사고 원인을 '제어봉 시험 실패'와 무자격자가 원자로를 운전했다는 점을 꼽았다. 추가로 조사할 부분이 더 있다고 생각하는가?
"제어봉 시험 실패가 원인이 아니다. 무수한 운전원과 시험을 하던 부서 직원 및 참관인들이 반드시 확인하게 되어 있는 '임계'(원자로내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정 비율에 도달하는 것)확인을 안 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왜 운전원이 상황 판단을 못 하고, 운전에 미숙했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 원전 재가동을 앞당기려고 무리하게 직원들을 근무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다른 발전소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