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호 작가
최대호
- 글을 쓸 때는 문장력이나 기획을 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만약 이 두 가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글을 쓰고 싶다고 한다면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문장력이나 기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미래에도 그 상황이 계속 유지된다고 보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메모를 제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고, 여러 상황을 살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글을 쓰러 여행 가지는 않아요. 그냥 여행을 가서 행복한 마음이 들 때 글이 나오더라고요. 친구랑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글이 떠오르기도 해요. 저도 글을 꾸준히 쓰면서 글 실력이 늘게 된 경우거든요. 글의 실력은 축적된 메모를 통해서도 많이 향상된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쓰다 보면 자연적으로 기획력이나 문장력이 늘 수밖에 없다고 봐요."
- 현실의 이야기를 쓰는 편인가요, 상상을 기반으로 쓰는 편인가요.
"현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적으려고 노력해요. 공감을 자아내는 글을 많이 쓰고 싶고, 우리들의 이야기들을 많이 쓰고 싶어요. 제가 지금은 회사 생활을 하고 있지 않지만 당시 경험을 기반으로 한 상상을 해보는 거죠. 공감의 포인트를 잡아서 글을 쓸 때는 상상을 기반으로 해요.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서 글을 쓸 때는 주변 사람들이 이별했을 때를 포함한 많은 상황을 바탕으로 쓰려고 하는 편이고요. 위로의 글을 쓰고 싶을 때는 제가 현실적으로 불안하고 힘든 마음이 들 때 글이 더 잘 나오는 편인 것 같아요. 내가 나를 위로해주는 거죠. 나 자신에게 해주는 이야기, 친구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다듬어서 쓸 때도 많아요."
- 시인을 '감성팔이'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이런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저는 시인을 감성을 정리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회사에 다니는 데 너무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그것에 맞는 글을 적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많은 분이 '위로를 받고 있다' '위로가 되었다' 등의 이야기도 해주세요. 감성팔이라고 보는 분들의 시각을 비난하거나 설득하려는 마음은 없고, 그저 다양한 시각 중 하나라고 보고 있어요."
- 누군가가 글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말해온다면 어떤 말씀을 해줄 수 있을까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상상해보니 유쾌한 기분이 드네요. 글쓰기 클래스와 같은 수업을 통해 글을 써보고 정리해 보는 과정에 참여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글로 남겨두면 '내가 이 시기에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이런 마음으로 지냈구나'를 기억해 볼 수 있거든요. 나만의 연대기적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작업이죠.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작가가 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재작년에 홍대와 강남에서 10주 정도 글쓰기 클래스를 운영했던 적이 있어요. 주 1회 2시간씩 홍대와 강남에서 수강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수업이라고 특별한 것을 하지는 않았어요. 글을 쓰면 다듬어 드렸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볼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이번 주에 어떤 분들이 같이 앉으면 다음 주에는 다른 분들과 앉게끔 조정해 보기도 했어요. 의미 있고 따뜻한 시간을 함께 보냈던 것 같아요. 그분들의 글을 모아 책을 출간하는 일을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재미있는 시간으로 기억되고 있어요. 꼭 다시 해보고 싶은데 평소에 진행되는 일들이 유동적인 편이라 아직은 계획 단계에만 머물러 있네요.
문하생이 있으면 같이 놀면서 글도 쓰고,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실제로 고려해본 적이 없는 부분이에요. 일단 제가 저 자신의 문하생이기도 해서 어떤 분을 특별히 가르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작가가 되고 싶은데 현실적인 문제를 비롯한 많은 문제로 포기하거나 고민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나요.
"일단 욕심을 버리라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인터넷 소통 공간에 글을 올렸던 처음 1년은 수입이 100원도 없었어요. 목표가 돈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글을 계속 쓸 수 있었어요. 미래가 암울했지만 많은 분이 제 글에 공감해주고 댓글을 달아주는 것만으로 행복했어요. 꾸준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라는 사람을 알릴 수 있었고 그때부터 수입도 조금씩 생기게 되었어요. 아마도 처음부터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였다면 중간에 그만두지 않았을까 싶네요. 글 쓰는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싶고 노력하고 계신 분들, 고민하거나 포기하셨던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욕심이 없어야 한다'에요.
작가나 글 쓰는 직업에 전부를 희생하는 것 역시 추천하지 않아요. 어떤 사람은 몇 개월 만에, 또 어떤 사람은 몇 년 만에 기회가 찾아와요. 그 시기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빛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책도 한 번 내 볼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보고요. 저도 운이 많이 따라준 케이스에요. 등단하지도 않았고 저보다 글을 잘 쓰시는 분들도 정말 많거든요. 작가는 운과 시기도 따라 줘야 하는 직업이라 인생의 전부를 바치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준히 쓰기를 바라요. '저 사람 책이 잘 팔린다' '저 글을 많이 본다'고 해서 그 스타일로 쓴다면 결코 오래가지 못해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글 쓰는 일도 같이 한다면 그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걸지는 말되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