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툰 시장이 지나치게 산업화해 문화적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이현세 교수.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힘>
"웹툰들의 주요 소재가 일단 몇 개 안됩니다. 일단 '생활툰', 가장 쉬운 자기들 이야기를 하고 그 다음에 '타임 슬립', 휴대폰 들고 목욕탕으로 빨려 들어갔는데 로마시대로 가는 거... 아니면 좀비 이야기. 다 자극적입니다.
그런 콘텐츠가 꼭 나쁘다는 건 아닌데요. 너무 그러다 보니 작가들이 공부도 적게 하고, 치열한 작가정신 투쟁정신이 없어지니까 걱정입니다. 얼마나 단단하게 한국의 웹툰 시장을 만드느냐는 작가와 플랫폼(유통기업)의 몫인데 현재는 너무 돈과 밀착돼 서로 산업으로 움직이니..."
이 교수는 웹툰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저작권 논란이 종종 빚어지는 것과 관련해 작가들이 만화가협회의 지원을 받을 것을 제안했다. 지난해 한 온라인 웹툰 서비스 업체는 미성년 작가의 저작권을 편취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 교수는 "하도 (저작권 착취가) 심해서 협회에서 표준계약서를 만들었다"라며 문제가 있을 경우 작가들이 협회에 문의해서 해결할 것을 당부했다.
'빨갱이 가족'과 '색약'의 굴레에서
이현세 교수가 1982년 발표한 <공포의 외인구단>은 야구와 로맨스를 버무린 새로운 차원의 이야기로 '아이들의 전유물'이었던 만화를 남녀노소가 즐기는 창작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만화방에 수십 명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볼 만큼 인기를 모았고 영화와 주제가도 '대 히트'를 기록했다. 만화가로서 드물게 여러 건의 광고 촬영을 했고 '집이 바뀌고 차가 바뀔 만큼' 경제적 성공도 거뒀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이런 날이 있기까지 '절망적인 성장기'를 지났다고 고백했다.
"어릴 때 빨갱이 집안으로 낙인 찍혔어요. 북한하고 남한이 전쟁 일으켰을 때 북한 편을 든 가족(삼촌)이 있었으니까. 심심하면 한 번씩 형사들이 집을 방문했었죠. 최근에 북한에서 누가 오지 않았는지."
그는 이런 '연좌제'로 인해 공무원도 군인도 될 수 없다는 좌절감 속에 미술공부에 몰입했다. 그러나 미대 입시를 앞두고 '적록색약(붉은색과 녹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장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게다가 어렸을 때 큰아버지 집에 양자로 가서 자랐다는 사실을 20여 년 만에 알게 돼 더 깊은 좌절에 빠졌다. 방황 끝에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갔고 '낡아서 고구마 껍질 같은 선배들의 속옷을 빨며' 인고의 시절을 보낸 후 '까치'라는 주인공 캐릭터를 만들어 내면서 인기작가 대열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