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생고 학생들의 3.1 운동 기념.
송태훈
훈화, 파이팅(Fighting), 수학여행.
경기도교육청이 실례로 제시한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다.
'훈화'는 상사가 부하에게 훈시한다는 일제 강점기 군대 용어다.
'파이팅'은 일본군의 출진 구호였다. 복싱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Fight(파이트)'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화이또'라는 군인 출진 구호로 썼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파이팅'의 유래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파이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수학여행은 일본 등에 조선인 학생들을 보내 민족정신을 해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 경기도교육청 설명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12일까지 학교와 시·군 교육지원청 등을 대상으로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 발굴을 위한 조사'를 한다. 교육과정, 교육시설, 문화 등 학교와 관련된 모든 사항이 조사대상이다.
구체적인 조사 대상도 제시했다. 바로 잡아야 할 교육용어 및 일본식 한자어, 일제 강점기 일본인 교장 사진, 친일 행위자가 작사·작곡한 교가, 일제 식민교육 관련 교훈이나 교목 등이 모두 포함된다.
조사에 참여하면 작은 혜택도 있다. 학생에게는 향후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체험학습(8월 예정) 신청 시 가산점이 주어진다. 학생이 아닌 교사 등 학교 관계자의 의견이 채택되면 100주년 기념사업 배지를 받는다.
이번 조사에는 9일 오전까지 총 50여 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개인 의견도 있고, 단체 의견도 있으며 교사와 학생이 함께 낸 경우도 있다.
간담회는 '정담회'로, '차렷 경례'는 청산대상
한 고등학교 교사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간담회(懇談會)'가 일제 잔재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본어의 음독을 한자어로 바꾼 낱말이라는 이유다. 이 교사는 "국립국어원에서 이미 정담회(情談會)라는 대체어를 마련한 바 있다"며 "대화 모임이라는 표현으로도 순화가 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한 초등학교 교사는 '차렷, 경례'를 청산 대상 용어로 지목했다. 상급생이 하급생 위에 군림하는 문화이고, 일제 강점기 군대에서 사용하던 용어라는 이유다. 한 중학교 교사는 구령대를 중심으로 한 사각형 모양의 학교 모습이 일제 잔재라는 의견을 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같은 제안을 일제 잔재 분석의 기초자료로 활용해, 토론회와 청문회 등을 거쳐 청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관행적으로 했던 게 과연 교육적으로 바람직한지를 짚어보기 위해 (이 조사를) 시작했다"며 "일제 잔재청산 대토론회 같은 공론의 장을 만들어 학교 문화를 개선하는 전환점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의 이번 조사에 대해 지난 8일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교육청이 (조사, 청산 등에) 나서는 것은 지나치다'라는 의견이 담긴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위해서 교육 현장에서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3.1운동 100주년이 아니더라도 우리 언어문화 개선을 위해 꾸준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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