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이 경사가 급한 곳에 임도공사를 벌이고 있다.
진옥경
쌍임임도는 보은군 쌍암리 산42-1번지 일원에 6.3km 길이의 임도를 만드는 공사다. 충북도는 2017년 임도 개설 사업 대상지 선정 때 보은군 후보지 5곳 중에서 마로면 오천리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임도 개설 필요성이 가장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보은군은 지난해 5월 마로면 오천리가 아닌 2순위였던 쌍암리에 임도 공사를 시작했다.
이에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대책위를 구성하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5곳 중 2순위를 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었다. 경사가 급해 재해에 취약한 데다 멸종 위기 동식물이 서식해 임도개설 대상지로 부적합하다고 봤다.
특히 쌍임임도 구간의 임야 소유주가 현 군수와 군수 친척들이어서 현 군수 등이 지가 상승을 기대하고 직권을 남용, 무리한 공사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충북도는 지난해 10월, 보은군에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려,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한편 쌍암임도 대책위는 지난해 10월 보은군수(군수 정상혁)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최근 청주지검은 수사 결과를 통해 "직권남용이 성립하려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사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그렇게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직권 행사해 영향을 미치려 한 정황도 나타나지 않는다"며 '혐의 없음' 처분했다.
이에 대한 쌍암임도 대책위는 의견문을 통해 검찰의 수사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은 "우리는 여전히 쌍암 임도가 규정을 위반한 불법임도라고 본다"며 "청주지검의 부실 수사 결과를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청주지검의 수사 결과와 임도대책위의 의견을 쟁점별로 짧게 정리해 보았다.
"동식물 보호구역·산사태 취약지역 아냐" vs. "근거 없는 진술에만 의존"
검찰은 "해당 구간은 야생동식물 보호구역이나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대책위는 "삵 등 멸종위기종 3종의 서식이 확인됐고, 한국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에도 멸종위기종 수달의 서식 사실이 등록돼 있다"며 "임도공사 규정에 따르더라도 '서식지 지정 여부'가 아닌 '현재 서식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산림청 산림공간정보 서비스를 보면 '산사태위험1등급지'임이 확인된다"며 "평가 위원의 근거 없는 진술만을 인용,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산불 발생, 임도개설 필요성 인정" vs. "산불 난 곳은 마로면 오천리"
검찰은 '2016년 회인면 쌍암리에 산불이 발생해 임야를 태운 일이 있고 주민들이 임도 개설을 요청한 일도 있어 임도 개설을 추진한 경과가 인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대책위는 '2016년 보은군 업무평가' 자료를 보면 보은군 내 산불이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고 쌍임임도가 속한 회인면도 '피해면적 0'으로 표기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타당성 평가에서 1위를 받은 마로면 오천리에서 2014년 2번의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돼 있다"며 "보은군이 검찰에 사실과 다른 자료를 제출했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