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바위 전망대에서 본 설악산 전경 설악산은 크게 내설악과, 외설악, 그리고 남부설악으로 나뉘며, 1970년 3월 24일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이종헌
조물주가 금강산을 만들기 위해 전국에 있는 빼어난 봉우리들을 모두 불렀을 때, 경상도 울산에 있던 바위도 그 소식을 듣고 길을 나섰다. 그러나 워낙 덩치가 크고 몸이 무겁다 보니 정해진 기일을 넘기고 말았다. 그리하여 금강산의 주역이 되지 못한 울산바위는 체면 때문에 고향으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지금의 설악산 울산바위 자리에 눌러 앉고 말았다.
또 훗날, 울산 고을의 원님이 바위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신흥사 주지에게 과도한 세금을 물리자 절의 동자승이 이를 지혜롭게 해결한 이야기도 있다. 동자승이 울산바위는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쓸모없는 바위이니 세금은커녕 당장 울산으로 옮겨가라고 요구하자 교활한 울산 부사가, 바위를 재로 꼰 새끼로 묶어 주면 가져가겠다고 했다. 이에 동자승이 사람들에게 새끼를 꼬아 울산바위를 동여매게 하고 그 줄을 불로 태워 재로 꼰 새끼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신흥사 주지는 더 이상 세금을 물지 않게 되었다.
1979년 강원도에서 발간한 <향토의 전설>(최승순 외)에 실려 있는 이야기들이다. 신흥사를 지나면서는 문득, 공원 입구에서 문화재 관람료 3500원을 징수당한 것이 혹시 옛날 신흥사 주지가 울산부사에게 당한 분풀이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혼자 웃었다. 계조암, 흔들바위를 지나 전망대에 오르자 앞으로는 권금성과 공룡능선, 대청봉, 소청봉 등의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오고, 뒤로는 울산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