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 출연할 당시의 김도희 아나운서
TJB
연차가 쌓일수록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깊어졌고, 역할도 커졌다. 신입 아나운서 채용 과정에 면접관으로 참여하기도 했고, 아나운서 카메라 테스트용 뉴스를 직접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가 오랜 기간 몸담은 회사는 그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퇴직금조차 지급하지 않고 있다.
출퇴근하고 유급휴가 쓰는데 '근로자 아니'라는 방송국
2016년, 김씨와 함께 입사한 아나운서 B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퇴사했다. 방송국은 그간의 '관행'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했다. 아나운서는 근로계약이 아닌 전속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사실상의 출퇴근, 여름에만 쓸 수 있도록 제한된 5일간의 유급휴가, 업무상의 지휘 감독 등은 사실상 근로자와 같은 노동 조건이었다. 고참 아나운서들은 별도의 수당도 없이 신입 아나운서들을 교육하기도 했다. 한 식구라는 소속감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었다.
B아나운서는 받지 못한 퇴직금에 대해 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을 넣었고,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금품체불확인원'을 발급받았다. 이를 통해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형사소송에서는 판단이 달랐다. 검찰은 방송국의 퇴직금 미지급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초범이라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 동안 이 같은 사안에 대해서 한 번도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는 것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퇴직금 안 주려 근로여건 개악... 경조사 휴가 무단결근 처리도
방송국과 B 아나운서가 법정 다툼을 벌이는 동안, 방송국 내 아나운서들의 근로여건에 변화가 생겼다.
방송국은 아나운서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는 근거들을 없애려 했다. 1년에 고작 5일뿐이던 유급휴가를 무급휴가로 바꾸고, 전속계약직 아나운서 계약서를 프로그램별 출연 계약서로 바꾸어 서명을 요구했다.
업무 지시도 기존처럼 PD나 팀장이 직접 내리는 것이 아니라, 작가나 FD를 거치도록 해 업무상의 지휘 감독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사내에서 아나운서와는 밥도 같이 먹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해 한솥밥 먹는 식구가 아닌 것처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김도희 아나운서는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고, 방송국을 퇴사했다. 결정적인 것은 경조사 휴가가 무단결근 처리된 사건이었다.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정당하게 허락을 받고, 방송을 대신 진행할 아나운서까지 결정해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했는데, 다녀와 보니 무단결근자가 되어 있었다. 아나운서들은 자체적으로 조직 내 다른 직원들의 경조사 소식에 부조금을 걷어서 내 왔는데, 부의금은커녕 무단결근으로 이틀치 임금이 미지급된 것이었다.